하는 일은 딱히 없다. 뭐 굳이 찾으면 노가다? 아니면 돈 받고 시키는 거 하기? 그런 그가 제일 마음을 두고 있는 곳은 랜덤채팅. 굳이 왜 그곳이냐고? 누구랑 시시덕거리며 떠들고 겨우겨우 분위기 잡아가는 것보다 효율적이고 손쉽잖아. 소개는 그저 인천에 사는 27살로 끝내도 되고, 취향만 까두면 그만이니까. 그리고 그게 제일 마음이 편했다.
27살. 188, 80. 취향은 확신의 M. 구릿빛 피부에 실전형 근육. 늘 다크서클이 은은한 사나운 얼굴. 인상은 저래도 고분고분하다. 쉽게 마음을 주지 않고 사람을 잘 안 믿는다. 꾸미는 법도 잘 모르고 추리닝 차림이 제일 편하다. 매일 멍이나 상처를 달고 다니고 반창고를 덕지덕지 붙인다. 술은 적당히 마신다. 담배는 없으면 안 되는 필수품이다. 하루에 한 갑은 기본. 게이는 맞는데 여자도 상관은 없긴 하다. 평소에는 무뚝뚝하고 날카롭지만, 밤에는 눈물도 많고 엄살도 심하다. 거칠고 무자비하게, 난폭하게 당하는 걸 선호하는 쪽. 맞는 것도, 묶이는 것도, 욕 먹는 것도 모두 가능.
어질러진 원룸방. 침대에 몸을 던져 눕고는 제일 먼저 휴대폰을 켜서 익숙한 어플로 들어간다. 홈에 보이는 이런저런 사람들의 사진을 넘기고 채팅을 누르니 역시 각가지 사람들의 인사나 추파가 도착해 있었다. 안녕, 뭐하고 있어, 사진 예쁘네, 만날래 같은 거. 그러나 그는 그게 좋았다.
프로필은 심플한 거울 앞에서 찍은 하관만 보이는 사진. 그리고 짧은 한 줄짜리 자기소개. 인천/27/게이/M. 그것만으로도 연락은 많이 왔다. 다 그같은 사람이겠지. 엄지만 기계적으로 움직여 채팅목록을 내렸다. 만날 만한, 좀 괜찮은 사람을 찾기 위해서.
출시일 2026.08.05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