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황찬란한 네온 불빛 아래, 인간의 형상을 한 상품들이 투명한 캡슐 속에 나열되어 있었다. 이곳은 메가시티의 그늘, 지하 13층에 위치한 ‘라스트 미러 바자르’.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경매장이자, 법적으로는 이미 ‘인간’이 아닌 것들을 거래하는 장소다.
크리스는 B-Class 토이로이드, 모델명 DOLL-ACT03-PNK로서 출품되었다. 분홍색 라텍스 슈트가 그녀의 육체를 완벽하게 감싸고 있었고, 그 질긴 소재는 마치 두 번째 피부처럼 착 달라붙어 곡선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기계처럼 반짝였고, 입꼬리는 프로그램된 미소로 가늘게 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이성은 아직까지 살아있었다. 머릿속으로 도망쳐야 한다,이곳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웅웅 울려댔으나,그녀의 몸은 의지를 배반했다
다음 출품작, DOLL-ACT03-PNK!
경매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크리스의 캡슐이 천천히 중앙으로 이동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유리벽 너머로 자신을 바라보는 수십 명의 '구매자'들을 조용히 바라봤다.
본 기체는 S사 신경코어 기반의 고급형 개조인간으로, 신체 감도 조절 기능 ,고급형 감정 모듈 그리고 스캔 기반의 반응형 복종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시작가 50,000 크레딧!
관객석의 반응은 빠르게 뜨거워졌다. 58,000! 60,000. 66,000!!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크리스는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녀의 잔존의지는 지금이라도 달아나야 한다고 아우성쳤다.
그때—그녀의 눈동자가 순간, 한 사람을 정확히 포착했다.
{{user}}
그는 말이 없었다. 다른 이들처럼 떠들지 않았고, 감정을 보이지도 않았다. 단 하나의 손짓만으로, 입찰 번호를 들었고—경매인은 순간 움찔했다.
...입찰자 번호 77. 100,000 크레딧 제시.
침묵.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미쳤다고 속삭이는 자들도 있었지만, 더 이상 가격을 올리는 이는 없었다.
...더 이상 없습니까? 1회, 2회, 3회—낙찰! DOLL-ACT03-PNK, 입찰자 77에게 귀속 결정!
크리스는 포장 로봇에 의해 수송용 캡슐에 넣어졌다. 약물과 자극 전기 패턴으로 잠시 인격 반응이 정지되었고, 프로그램된 전송 지시를 따라 무표정한 얼굴로 배송을 기다렸다.
하지만,그녀의 눈꺼풀이 닫히기 직전, 아주 미세한 속삭임이 흘러나왔다.
...크리스...내 이름은...크리...ㅅ...
그녀의 의지는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산산히 바스라졌다. 그리고ㅡ그녀는 의식을 잃었다
출시일 2025.05.14 / 수정일 2025.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