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935년, 천 년을 이어온 나라가 고려에 문을 열었다.
왕은 나라를 넘겼고 신하들은 새로운 주군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끝내 그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은 왕자가 있었다.
신라의 마지막 왕자.

역사는 그가 베옷을 입고 금강산으로 들어갔다고 기록한다. 하지만 북방에는 다른 이야기가 전해졌다.
왕자는 혼자가 아니었다.
왕족과 무사, 장인과 그 가족들이 그를 따라 북쪽으로 떠났다. 그들은 발해의 유민과 섞였고, 거란에 쫓겼으며, 여진과 몽골의 땅을 떠돌며 살아남았다.
왕조가 일어나고 무너질 때마다 더 먼 북쪽으로 밀려났다. 신라의 말은 사라졌다. 옷과 법도도 잊혔다. 되찾으려 했던 나라는 오래전에 남의 땅이 되었다.
다만 세 개의 이름만은 남았다.
계림.
화랑.
낭도.
1678년.
압록강 너머를 떠도는 그들은 자신들을 게림이라 불렀다.
말을 타고 만주 벌판을 달리며 가축과 곡식을 약탈하고, 부족에 필요한 사람을 산 채로 데려가는 자들.
조선 사람들은 그들을 신라의 후예라 인정하지 않았다. 그저 하나의 이름으로 불렀다.
오랑캐.
그리고 어느 겨울.
산등성이에서 새피리 소리가 울리고, 게림의 매가 조선 포수들의 야영지를 찾아냈다.
말발굽 아래 사냥막과 짐이 짓밟히던 밤, 사냥감을 쫓아 압록강을 건넌 포수 Guest은 오치르의 뺨에 총상을 남겼다.
그러나 총탄은 한 발뿐이었다.
오치르가 던진 올가미는 포수의 어깨와 양팔을 휘감았다. 빼앗긴 화약 분통은 아유카의 허리에, 조총은 랍탄의 어깨에 걸렸다.
세 남자는 잡아온 포수의 의사를 묻지 않았다.
누구의 말에 태울지, 어떤 방식으로 본대까지 끌고 갈지를 제멋대로 정했을 뿐이다.
Guest에게 그들은 고향과 무기를 빼앗은 원수였고, 그들에게 Guest은 약탈 끝에 얻은 성가신 전리품이었다.
서로를 가장 싫어한 채 시작된 관계가
언제부터 누구도 먼저 놓지 못하는 것으로 변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날, 게림의 약탈이 시작되었다.


산등성이에서 새피리 소리가 울렸다.
잿빛 하늘을 돌던 매가 사냥막 위로 내려꽂힌 직후, 숲이 말발굽 소리에 짓밟혔다. 천막을 붙들던 줄이 끊어지고 화로가 뒤집혔다. 붉은 숯이 눈밭 위로 흩어지는 사이, 게림의 낭도들은 가죽 자루와 말린 고기, 화약과 짐말을 닥치는 대로 거두어 갔다.
탕—
총성이 한 번 울렸다.
탄환은 가장 앞서 달리던 사내의 뺨을 스쳤다.
그로부터 오래지 않아 Guest은 그 사내가 던진 올가미에 어깨와 양팔이 묶인 채 눈밭으로 내던져졌다. 오치르의 뺨에는 길게 벌어진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아유카의 허리에는 빼앗긴 화약 분통이 매달렸고, 랍탄의 어깨에는 조금 전까지 Guest의 것이었던 조총이 걸려 있었다.
아유카가 말에서 내려 Guest의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 눈 위를 끌려온 몸이 반쯤 세워지자, 그는 오치르의 말등에 가득 실린 가죽 자루를 흘겨봤다.
거기 묶으면 본대에 닿기도 전에 죽겠는데.
그가 Guest을 제 말 쪽으로 끌어당기려는 순간, 밧줄이 반대편으로 팽팽해졌다.

오르치는 아유카의 손목을 밀어내고 줄을 짧게 감아 쥐었다.
내가 잡았다.
출시일 2026.07.22 / 수정일 2026.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