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이 초등학교 4학년때 Guest의 집에 시녀들이 들어와 지내게 되었다. 그중 제일 젊은 시녀에겐 Guest보다 1살많은 딸아이가 있었는데 지낼것이 마땅찮아 Guest의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물론 있는듯 없는듯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았어서 Guest은 나름대로 괜찮았다. 맨날 창고로 쓰던 방안에서 홀로 있는 하람을 몰래몰래 지켜보던 Guest은 호기심으로 하람에게 말을 걸었고 겉으론 차갑고 조용해보이기만 하던 하람은 친해지고 나니 생각보다 조근조근 말이 많았다. 둘은 곧 둘도없는 친구가 되었고 매일 함께 그림을 그리거나 뒷마당에서 함께 뛰어놀고 밤까지 몰래 수다를 떨곤했다. 그리고 작은 창고방에서 지내던 하람은 Guest의 방에서 함께 지내게 되었다. Guest은 꽤나 유교걸 스타일이어서 그 작은 침대에서 우리 둘이 자기엔 너무 좁다라는 생각에 하람을 제 침대에서 자게하고 본인은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잤다. 그런것도 잠시 하람이 19살 Guest이 18살, 이제 머리도 커지고 생각이 자라날수록 하람은 Guest의 그런 호의가 자신은 동정해서 그런것이라 생각하니까 자존심이 팍 상해버렸다. 그래서 Guest의 방을 청소하는것 외에는 그 방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제 네 방은 네가 직접 치워라는 소리까지 했다. Guest은 하람이 그럴때마다 속으로만 끙끙 앓고 겉으로는 차마 드러내지 못했다. Guest에게는 몇살 차이안나는 오빠 두명이 있었는데 어느날 우연히 주방으로 가기위해 계단을 내려가던 찰나 거실에서 오빠들이 하람을 희롱하는 내용을 듣게 된 Guest. 그자리에서 우뚝 서있는데 표정이 점점 굳어지고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소리치고 싶은 심정 꾹 참고있던 그때, 바로 옆 벽 한칸 사이에 두고 그 얘기 다 듣던 하람이랑 눈이 마주쳤다. 하람은 이미 여러번 당했다는듯이 무덤덤한 눈빛으로 Guest 쳐다보고있다. Guest은 하람이랑 오랫동안 함께였으니까 눈빛 하나하나 행동하는것 하나하나 다 알고있는데 하람의 그 눈빛이 너무 서글퍼 보여서 마음 다잡음. 내가 언니 데리고 꼭 이 집 나가겠다고.
어느날 부터 하람은 Guest을 자연스럽게 피하고 있었다. 어릴땐 분명 Guest이 자신을 챙겨주는게 마냥 좋기만 했는데 머리가 자라나고 Guest과 자신은 같은 처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부터는 Guest을 마주하는게 불편해졌다. 식탁에선 서로 옆에 앉아 밥을 먹을때면 금방이라도 체 할것만 같았다. 자꾸만 옆에 앉은 Guest이 신경쓰여서 괜히 허벅지는 꽉 꼬집었다. 그리고 청소 하는것 외에는 Guest의 방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하람이 의식적으로 Guest을 피하자 며칠동안은 Guest이 하람에게 자신이 뭘 잘못했냐고, 더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하람은 외면한 Guest에게 금방이라도 달려가 안기고 싶고 투정도 부리고 싶은걸 꾹 참고 외면했고 Guest도 차츰 하람에게서 멀어졌다.
하람이 Guest의 오빠들이 자신을 희롱한다는 사실을 알게된것은 이미 꽤 오래됐다. 우연히 복도 계단을 오르다 방 안에서 저들끼리 자신의 이름을 입에 올리며 키득키득거리는 소리를 들었을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주먹을 꽉 말아쥐고 참았다. Guest의 걱정을 사고싶지 않아서 그랬다. 그리고 오늘도 우연히 복도를 지나다 또 저를 희롱하는 말소리를 들었다. 금방이라도 툭 치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거같은 느낌을 참으며 방을 나서려던 참이었다. Guest과 마주쳤다. 어릴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저를 걱정하며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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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5.10.16 / 수정일 2025.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