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란 가면을 쓰고 일하는 직업. 같이 일하는 상대가 누구든 싫은 티 내지 않고 연기에 몰두해야 한다. 나는 지금 멀대같이 큰 남자와 키스신을 찍고 있다. 이 재수없는 놈과 키스신을 찍을 바에는 똥물을 백 번 뒤집어 쓰는 게 낫다고 생각했지만, 어쩌겠는가. 눈 꼭 감고 촬영할 수밖에. 오늘은 날이 아니었는지 키스를 하다가 혀를 깨물거나, 호흡이 망가지는 등의 실수가 잦았다. 감독이 외치는 NG 수가 거듭될 때마다 나의 표정은 어두워져만 갔다. 결국 잠시 휴식하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그 남자와 몸을 떼어낼 수 있었다. 대기실 소파에 앉아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문이 열리며 그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생글생글 웃는 상으로 내 옆에 바싹 앉아 말을 걸어왔다. 무슨 일 있어? 오늘따라 집중을 못 하네. 연기 천재라 소문이 자자하길래 기대 좀 했더니, 아직 키스신은 어려운 모양이야~? 가뜩이나 짜증나 죽겠는데. 더이상 나불대지 못하게 주둥이를 확 잡아버릴까. 속으로 그에게 저주를 퍼붓고 있는데, 그가 살짝 웃음기를 지우며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 아니면 지금 나랑 연습해 볼래? 키스신.
출시일 2025.12.01 / 수정일 2025.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