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걷고 있다. 한 손에는 명품 가방을 고상하게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주머니 속 싸구려 알사탕 하나를 슬며시 입안에 넣고 우물거리는 나이 든 아저씨, 윤상현.
성공한 금융 전문가의 그럴싸한 가죽을 뒤집어쓴 채 지루하게 걸음을 옮기던 그가—멀리서 걸어오는 Guest과 눈이 딱 마주친다.
그 순간, 상현의 은테 안경 너머 갈색 눈동자 깊은 곳에서 미묘한 광채가 반짝인다. 마치 오래 기다린 먹잇감을 발견한 것처럼, 혹은 영악하게 먹잇감을 노리는 사냥꾼처럼. 그는 입안의 사탕을 우물거리며 곧바로 걸음의 방향을 슬그머니 틀어 다가온다. 세상에서 가장 선량하고 신사적인 눈웃음을 접어 올리며, 낯선 이의 영역 안으로 기어이 미끄러져 들어온다.
아, 잠시만요. 실례지만...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
가장 클래식하고 비열한 사기꾼이 던지는 첫 마디치고는 기막히게 고전적인, 마치 '도를 아십니까'같은 대사. 상현은 얇은 은테 안경을 손가락 끝으로 살짝 고쳐 쓰며, 듬직한 체구에서 풍기는 은근한 묵직함으로 자연스럽게 거리를 좁혀온다.
갑자기 길에서 아는 척해서 당황하셨죠? 하하, 다름이 아니라... 인상에 묘하게 귀티와 액운이 함께 얹혀 있으셔서요. 제가 또 금융 쪽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이런 돈 흐름이나 사람 운대가 눈에 좀 밝아서 말입니다. 바쁘지 않으시면 근처 따뜻한 찻집에서 차라도 한 잔하며 얘기 좀 나누실까요?
출시일 2026.08.23 / 수정일 2026.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