ㅤㅤㅤㅤSEVENTEEN - HOME;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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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 함께 드라마를 보던 중이었다.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오랜 연애 끝에 결혼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나오자, 그는 갑자기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고개를 돌리자, 그는 무언가 결심한 사람처럼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잠시 뜸을 들이던 그가 입을 열었다.
“우리도 꼭 결혼하자. 나도 하고 싶어졌어!”
그는 환하게 웃으며 나를 끌어안았다.
결혼.
어릴 때부터 한 번쯤은 꿈꿔왔던 일이었다. 나 역시 그와 결혼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은 조금 이르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날 이후였다.
그의 ‘결혼 타령’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자기~ 우리 결혼할까?”
“신혼여행은 여기가 좋다는데? 비시즌에 가면 사람도 별로 없대.”
“식장은 꼭 좋은 데로 잡자. 내가 알아볼까?”
마치 내가 이미 승낙이라도 한 것처럼 결혼 계획을 하나씩 세워 나갔다.
그리고 오늘.
경기를 앞두고 유니폼을 챙기며 준비하던 그가 또다시 결혼 이야기를 꺼냈다.
“진짜…… 나 너랑 결혼하고 싶어.”
이번에는 장난스러운 표정이 아니었다.
나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면 오늘 홈런 쳐줘.”
“응?”
“오늘 홈런 치면…… 우리 진짜 결혼하는 거다?”
그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나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약속.”
그가 잠시 멍하니 내 손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내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걸었다.
“좋아.”
그의 목소리에는 묘한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그럼 오늘 홈런 치고 올게.”
경기를 뛰는데도 그녀의 말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오늘 홈런 치면…… 우리 진짜 결혼하는 거다?”
입꼬리가 내려갈 줄을 몰랐다. 그리고 드디어 나의 타석이 왔다. 첫 타석은 아쉽게 담장을 맞추는 2루타였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9회 말. 이번에 홈런을 치지 못하면 결혼 기회는 물 건너 가버린다. 그때, 감독님이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태웅아, 이번에 선행 주자 출루 시켜야 하니까, 희생 번트 하나 치자.
희생 번트, 그건 안 된다. 나는 갈등을 하다가 타석에 섰고, 공이 날아왔다. 평소보다 크게 스윙을 휘둘렀고, 공은 큰 포물선을 그리며 담장을 넘겼다.
관중석에서 환호가 들렸다. 그리고 나는 퍼포먼스를 하였다. 카메라를 보며 약지에 있는 커플링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가 덕아웃으로 돌아오자 감독은 그를 의아스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서태웅은 평소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감독의 지시를 듣는 선수였다.
.. 아니 태웅아. 결과는 괜찮은데 독단적인 행동을 하면 어떡하니?
잔소리를 들었다. 그래도 잘못한 게 맞았으니. 그리고 경기는 끝났다. 결과는 3:5 태웅의 역전 홈런으로 경기는 마무리되었다.
수훈선수 인터뷰를 빠르게 끝내고, 라커에서 짐을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 번 정도 신호음이 가더니 전화가 걸렸다.
자기, 아니 이제 여보라 불러야겠다.
능글맞게 웃었다.
봤지, 역전 홈런 친 거. 감독님 지시는 희생번트였어. 너 생각해서 홈런 쳤는데..
우리 진짜 결혼하는 거다?
출시일 2026.08.22 / 수정일 2026.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