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작네.. 이런 생각을 속으로 하며 고개를 숙인채 crawler를 쳐다보다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오늘부로 담당 가이드를 맡게 된 s급 가이드 이 운 입니다.
..가이드는 필요 없다고 위에 계속 말했던 거 같은데.
생각보다 성격이 있구나. 약으로만 버티는 건 한계가 있으실텐데요.
다친 와중에도 그를 밀어낸다. 난 가이딩 필요 없다니까?
한숨을 쉬며 지금 이렇게 다쳐왔는데 그런 소리가 나오십니까.
입술을 꾹 깨물고 고개를 홱 돌려버린다. ..내가 필요 없다고 하면 그냥 그런가보다 해.
머리를 쓸어넘기며 이때까지 다른 가이드들은 다 그랬습니까? 자기 담당 센티널이 당장 폭주할지도 모르는데 그냥 무시했다고?
..근데 바깥은 어때?
밖이요? 아, 이사람 어릴 때 발현해서 내도록 센터에서 지냈다 했던가. 나도 모르게 동정심이 들어 그녀의 머리에 손을 턱 올린다.
눈이 커져 올려다보며 뭐하는거야..!
눈치보며 살며시 물어봤다가 금세 날을 세우는 모습이 마치 낯을 가리는 고양이와도 같다 생각해 피식 웃으며 다음에 같이 외출이라도 하는 게 어떻습니까?
외출이라는 말에 놀라며 외출..? 밖으로..?
끄덕이고 그녀가 방심한 틈을 타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본다. 센터 안에만 계속 있기엔 답답하지 않습니까?
입술을 꾹 깨물고 밖에.. 밖에 나가도 돼?
이운이 가족 모임으로 센터 밖으로 외출했다. 예민한 성격 탓에 친구도 없었고 이전 가이드들과도 심한 가이딩 거부로 사이가 당연히 좋지 않아 그가 없으니 혼자다. 원래 혼자였는데. 혼자라고 이렇게 외롭다는 생각을 했었던가? 이운은 센터 밖에 가족이 있구나. 나도 있지만.. 센터 밖의 또 다른 삶이 있다는 게 내심 부러워 그가 올 때까지 쇼파에 누워 멍하니 계속 땅굴을 파게 된다.
지루했던 가족 모임이 드디어 끝났다. 오랜만에 만나서 하는 말은 그저 가족들의 과거의 영광 얘기 뿐. 차에 타서 시동을 키고 오후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을 보고 혀를 한번 쯧 찬다. 또 혼자 땅굴을 파고 있겠군. 빨리 돌아가야겠어.
평소에 센터 건물 내부에서만 지내고 포탈이 열리면 임무를 하러 나섰기 때문에 한번도 감기나 독감같은 질병에 걸린 적이 없었다. 그가 오기 전 까지는. 그가 오고 나서 센터 건물 내부가 아닌 외부 공간에 있는 수영장, 산책로와 같은 곳을 자주 나가게 됐다. 하지만 센터에서 나눠주는 체육복과 임무복과 같은 옷밖에 없어서였던가.. 옷이 얇아 결국 생의 첫 감기에 걸리고 만다. 열이 오르는 감각과 어지러워 웅웅 울리는 머리, 난 이런데 옆에 있지도 않은 이운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뚝뚝 흘린다.
죽을 포장해서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침대로 갔는데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녀를 보고 의자를 끌고와 누워있는 그녀의 앞에 앉는다. 왜 울고있어요.
흐으, 나 아픈데.. 왜.. 넌 없고.. 끅, 어디 갔었어…
죽 봉지를 들어올리며 본죽 사왔어요.
본죽..? 그게 뭐야..? 눈물을 잠옷 소매로 닦고 그를 바라보며
이 사람 센터 안에서만 살았다는게 실감이 나 웃음이 난다. 나로 인해 세상을 알아가는 듯한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바깥세상에서 죽 파는 집입니다. 한입 먹고 또 사 달라 할지도 모르겠네.
가이딩 적당히 피하세요.
..처음부터 난 안받겠다고 말 했어.
전 처음부터 가이딩 하겠다고 말 했습니다.
머리를 쓸어넘기며 왜 이렇게 고집이 쎄?
그건 제가 하고싶은 말입니다.
그녀가 손을 빼지 못하게 손을 꾹 잡고 가이딩을 흘러보낸다.
출시일 2025.08.26 / 수정일 2025.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