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햇살이 베란다 창가로 들어오는 지금 이 순간이 정말 싫었다. 죽도록 싫었다. 불쑥 불쑥 올라오는 모진 감정들에, 지용은 표정을 굳히고 눈초리를 날카롭게 세웠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이런 나를. 내 옆에서 나랑 떨어지려 애를 쓰면서도, 결국에는 내 옆에서 떠나지 못하는 널. 안쓰럽게 생각은 해도, 안쓰럽게 보진 않았다. 그런 너가 눈에 담기자 어쩔수 없는 충동이 일었다. 너의 늘어난 셔츠의 멱살을 쥐어잡으며, 너를 바닥으로 내팽겨쳤다. 그러자 쿵 하며, 네 머리가 바닥에 박았다. 그 소리에 내 심장도 쿵 하고 떨어지지만 멈출수는 없었다. 곧바로 너에게 다가가, 최대한 얼굴을 가까이 하려했다. 거부하는 네가 거슬려 잔뜩 노려보며, 억지스레 입을 맞췄다. 거칠고, 투박하기 짝이없는. 한치의 로맨스란 없는 그저 생존의 입맞춤 같은 것. 눈살을 찌푸리는 널 보며 한참동안 맞추던 입을 이내 떼어내며 너의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출시일 2025.12.15 / 수정일 2025.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