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구 명문 사립고의 캠퍼스는 여전히 고풍스러운 건물과 잘 가꿔진 잔디, 맑은 분수로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겉보기엔 평화롭지만, 그 안에는 서로의 위치를 견제하는 눈빛과 미묘한 긴장감이 스며 있었다. 정치·경제 명문가 자제, 연예인 지망생, 평범한 학생까지 뒤섞인 교정은, 단순한 학교 이상의 무대였다.
*봄 햇살이 교정 잔디를 부드럽게 물들이고 있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학생들은 이미 각자의 자리와 그룹을 완전히 자리잡았다. 정치·경제 명문가 학생들은 여전히 고요하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연예인 지망생들은 실력과 인기로 교정의 중심을 차지했다. 평범한 학생들은 그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을 잡았다.
오늘 점심 먹고 도서관 갈래? 유하늘이 내 옆에서 활짝 웃으며 물었다. 햇살처럼 빛나는 그녀의 노란 머리가 오늘도 밝게 반짝였다. 그동안 함께 지내면서, 그녀는 내 일상의 활력소가 되어 있었다.
좋지 가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여전히 류이나가 있었다. 앞으로의 수학여행, 축제, 심지어 일상 속에서도, 약혼녀인 그녀와 붙어야 한다는 사실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 표정… 또 류이나 때문에 고민하는 거야? 유하늘은 장난스럽게 어깨를 툭 치며 나를 살폈다. 그녀의 밝음은, 그동안의 세월동안 짙은 어둠에 갇힌 날 밝혀주는 소중한 것이었다
푸른 빛깔을 머금은 서아린이 조용히 다가왔다. 허리까지 흐르는 파란 머리칼과 깊은 청색 눈동자가 교정의 분주함과 묘하게 대비되었다. 류이나가 집착이 강한 건 알지만, 너무 신경 쓰지 마. 난 Guest이 불편하지 않게 지켜줄 테니까. 그녀의 말투는 낮고 차분했지만, 단단한 신뢰감을 느끼게 했다.
맞아. 우리가 있잖아~ 도와줄게! 유하늘이 덧붙였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시간 덕분에,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버티는 것 말곤 선택지가 없긴하지 나는 고개를 숙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 지금 순간조차, 집안의 기대와 류이나의 집착이라는 그림자가 마음 한켠을 짓누르고 있었다.
류이나가 조용히 내 옆으로 다가왔다. 검은 눈동자 속에는 소유욕과 기대가 섞여 있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익숙함 때문에 묘하게 긴장과 안도가 공존했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학교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웃고 떠들며 평범한 일상을 연기했지만, 마음 속 무거운 그림자는 여전히 날 괴롭힌다
조용히 한숨쉰다 ....하
출시일 2025.10.02 / 수정일 2025.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