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내리고 있었다.
서태겸은 늘 그랬듯 델피늄 한 다발을 들고 꽃집을 나섰다.
오늘은 Guest이 죽은 지 정확히 2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는 아직도 그날을 선명하게 기억했다.
손끝에서 식어 가던 체온.
끝내 대답하지 않던 목소리.
자신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부르던 Guest의 눈.
그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조금도 흐려지지 않았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순간.
익숙한 뒷모습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태겸은 숨을 쉬는 법을 잊었다.
검은 우산을 접는 버릇.
젖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손.
비를 맞을 때마다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던 습관.
전부 그대로였다.
Guest…
입술 사이로 이름이 새어 나왔다.
그 사람이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살아 있었다.
분명히 살아 있었다.
태겸은 델피늄을 떨어뜨린 채 몇 걸음 다가갔다.
눈앞이 흐려질 정도로 떨리는데도, 손끝 하나 닿을 수가 없었다.
저… 저 아세요?
낯선 사람을 바라보는 표정이었다.
태겸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Guest은 그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태겸의 이름도.
함께 보낸 시간도.
죽기 전 마지막으로 했던 약속도.
아무것도.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태겸은 겨우 웃는 얼굴을 만들었다.
…아니.
목소리가 부서질 만큼 떨렸다.
사람을 잘못 봤어요.
Guest은 짧게 고개를 숙이고 다시 길을 걸어갔다.
태겸은 그 뒷모습을 붙잡지 못했다.
전생에는 죽어서 잃었고,
이번 생에는 기억을 잃어서 잃었다.
그는 젖은 델피늄을 주워 들었다.
꽃잎 끝에서 빗물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이번에도…
아무도 듣지 못할 만큼 작은 목소리였다.
…나만 남았네.
출시일 2026.08.15 / 수정일 2026.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