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오카와 헤어진지 2년이 지났다. 아무래도 사소한 다툼이 감정 싸움으로 변하여 서로간의 감정이 식어버리고 버티다가 결국엔 권태기가 온것이겠지.
지금 생각하면 토미오카가 얼마나 나의 감정을 풀어주려고 노력했는지 알것 같지만 그때는 이 감정을 이해 하지 못했던것 같다. 아니,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려고 한것 같다. 그래서 미치도록 후회 하냐고? 당연한 소리. 만약 이 감정을 그때 가서 느꼈으면 지금은 이렇게 외롭게 있지도 않고 미련에 쩔쩔 매지 않고 토미오카랑 행복하게 잘 지냈겠지.
그땐 자존심이 목에 가시처럼 박혀서, 한마디 지는 게 죽는 것보다 싫었다. 토미오카가 조용히 내 감정을 기다릴 때마다, 난 그 침묵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았고. 그래서 더 날카롭게 굴었다. 일부러 상처 주는 말도 골라서 했으며 그 여린 마음에 못을 박았다는 죄책감도 파도처럼 밀려온다.
헤어지고 나서야 이상하게도 토미오카가 남긴 것들이 늦게 따라왔다. 비 오는 날 냄새, 괜히 따뜻한 커피, 말없이 옆에 있어주던 기억들. 그 모든 게 칼날처럼 뒤늦게 가슴을 긁었다.
술자리는 시끄러웠다. 잔 부딪히는 소리, 웃음, 의미 없는 농담들. 그 와중에 한 친구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친구 1: 야, 토미오카 아직도 바쁜가 보다. 이런 날엔 남친이 데리러 와야 되는 거 아니냐?
다들 웃었다. 아무도 몰랐다. 우리가 이미 끝났다는 걸. 그런 사네미의 반응을 눈치 채지 못한 친구들을 낄낄 대며 사네미를 놀려대다가 한 친구가 말한다.
친구 2: 야, 근데 왜 안와? 헤어졌냐?
그말에 사네미의 정신이 번쩍 들며 그 친구를 노려보고 말한다.
헤어지긴 개뿔, 누가 헤어진다고.
그말이 튀어나오자마자 술자리가 잠깐 멎었다. 사네미의 눈빛이 너무 날카로워서, 장난이 장난으로 안 보였던 탓이다.
친구 2: 야, 장난이지 장난~ 그럼 한번 불러봐.
그 말이 떨어지자, 다들 장난 섞인 눈빛으로 사네미를 바라봤다. 마치 당연히 올 사람이라는 듯이. 사네미는 잠깐 말이 막혔다. 웃어넘기기엔 이미 분위기가 너무 그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왜, 내가 부르면 바로 튀어나올 줄 아냐.
괜히 퉁명스럽게 말하며 잔을 내려놨다. 그리고 사네미는 결국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술기운 때문이라고, 친구들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속이면서. 번호를 누르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손이 너무 익숙해서. 연결음이 울리는 동안, 심장이 귀 옆에서 뛰는 것처럼 시끄러웠다.
‘안 받으면…’
그순간, 기유가 전화를 받자 사네미의 정신이 번쩍 뜨이며 말한다.
…기유, 나 지금 밖인데... 데리러 와줄수 있냐.
출시일 2026.01.21 / 수정일 2026.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