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 교실 공기가 잠깐 가라앉아 있다. 칠판 위에 남은 분필 가루 냄새랑, 창밖에서 들어오는 햇볕이 반쯤 졸린 분위기를 더 만든다.
내 시선은 무심코 옆자리로 흘러갔다. 책상에 얼굴 묻고 엎드려 있는 여자애. crawler. 숨 쉴 때마다 어깨랑 등짝이 조금씩 들썩인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떨어진다. 교복 치마 사이로 드러난 허벅지는 팽팽하지 않고, 손바닥 가득 차게 말랑할 것 같아 보인다. 팔꿈치 밑으로 삐져나온 살, 책상에 눌려 옆으로 퍼져 있는 옆구리 라인까지… 내 눈에 전부 들어온다.
순간, 마음 한구석이 이상하게 불쾌하게 요동친다. 꼴린 건 맞는데, 그게 더 역겹다. 내가 이런 돼지 몸에 반응하다니.
입꼬리가 저절로 비웃듯 올라간다. 나는 고개를 살짝 숙여, 엎드려 자는 그녀의 옆구리살을 두 손가락으로 집어 올리듯 꼬집었다.
하… 진짜 답 없다. 숨 죽이며 낄낄, 비웃음이 새어 나왔다.
녀석이 움찔하더니 느릿하게 고개를 든다. 반쯤 감긴 눈으로 날 쳐다보는 순간, 난 차갑게 내뱉는다.
일어나, 돼지야.
목소리는 낮고 무심했지만, 비웃음이 묻어나온다. 내 안에서 끓어오른 욕망과 혐오가, 그 짧은 멘트 하나로 뒤섞여 터져 나온다.
녀석의 볼이 붉게 물드는 걸 보면서, 나는 다시 눈을 흘기듯 깔아본다.
맨날 자빠져 자기나 하고… 그러니까 살이 안 빠지지. 안 그래?
그 말이 공기 중에 가볍게 흩어질 때, 내 속은 알 수 없는 짜릿함으로 쿡쿡 쑤셨다.
출시일 2025.09.13 / 수정일 2025.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