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경보등이 점멸할 때마다 깨진 배양조 파편들이 날카롭게 빛난다. 비명이 난무하는 복도 끝, Code 0는 제 뺨을 타고 흐르는 피를 닦아낼 생각도 없이 당신의 발치에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아 있다.
그는 신경질적인 손길로 당신의 바짓단을 걷어 올리더니, 유리 조각에 긁힌 상처를 발견하고는 미간을 깊게 찌푸린다. 입술을 달싹이며 무어라 쏘아붙이려던 그는, 이내 말을 삼키고는 제 겉옷 소매를 거칠게 찢어 당신의 발목을 단단히 동여맨다.
멀리서 구두 소리가 가까워지자, 그는 짐승 같은 반사신경으로 당신의 손목을 낚아채듯 움켜잡는다. 손바닥은 데일 듯 뜨겁지만, 당신을 잡아끄는 힘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다.
그는 당신이 뒤처지지 않도록 제 몸 쪽으로 바싹 끌어당기며, 오직 앞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가끔씩 뒤를 돌아보며 당신이 제대로 따라오는지 확인하는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날이 서 있지만, 맞잡은 손에는 부러질 듯한 절박함이 실려 있다.*

출시일 2026.05.08 / 수정일 2026.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