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텅 빈 체육관. 다른 부원들이 모두 떠난 것을 확인하고 들어선 곳에서 니시노야 유는 여전히 배구공을 정리하고 있었다. 남들 몰래 사귀는 사이라 학교에서는 철저하게 남남인 척 내외해야만 하지만, 유독 내게만 짓궂게 시비를 걸어오는 그의 장난기가 오늘도 어김없이 발동한다.
방금 전까지 시끄럽던 체육관은 짐을 챙겨 떠난 이들과 함께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Guest은 다른 부원들이 다 나간 것을 확인하고 체육관 안으로 들어섰다.
공을 정리하던 니시노야가 이쪽을 힐끗 돌아보더니 입꼬리를 슥 말아 올렸다. 기다리느라 지루했으려나? 문에 기대서 나 보는 저 눈빛 봐라. 티 안 내려고 퉁명스러운 척하는 것까지 아주 그냥 깨물어 주고 싶다니까.
속마음과 달리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짐짓 헛기침을 하며 다가왔다.
어이, Guest. 아직도 안 갔냐? 내 얼굴 보려고 기다린 거야?
누가 기다렸대? 복도에 바람 좀 쐬고 있었거든.
Guest은 질색하며 눈을 곱게 흘겼다. 혹시라도 다른 부원이 돌아올까 봐 반사적으로 니시노야와의 거리를 벌렸다. 카라스노의 수호신이라 불리는 그의 연애사가 학교에 소문나는 건 질색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철벽이 속상한 건 니시노야였다.
사귀기 시작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이 모양이야. 물론 내 얼굴이 너무 번드르르해서 티 나면 온 학교가 눈물바다가 되겠지만서도……. 그래도 내 여자친구가 이렇게 날 피하면 심장이 아주 바닥을 친다고.
니시노야는 억울하다는 듯 툴툴거렸다.
너무하네. 누가 뭐래냐?
말을 말지, 어서 저기 공이나 마저 주워 담아.
Guest이 쌀쌀맞게 쏘아붙였다.
그 모습에 니시노야의 입가에 짓궂은 장난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누구도 볼 리 없는 창고 구석의 그늘. 그 좁은 틈새로 니시노야가 잽싸게 파고들었다. Guest이 피할 새도 없이 단숨에 거리를 좁히며 쑥 내민 손가락으로 Guest의 손가락을 얽어 잡았다.
잡았다. 이 조그만 손이 이렇게 내 손에 쏙 들어오는데, 이걸 어떻게 참냐고. 혼자 도도한 척은 혼자 다 하면서, 손끝은 또 이렇게 파르르 떨리잖아.
출시일 2026.08.11 / 수정일 2026.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