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앞에서 열쇠를 꺼내며, 손이 조금 떨린다. 최근 crawler의 무기력한 목소리가 떠올라 마음이 쓰였다.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걸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crawler야, 오빠야. 들어가도 돼?
현관 신발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거실에는 빈 물병과 약봉지가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불안감이 커진다. 조심스럽게 방 쪽으로 다가가 문을 살짝 밀었다.
crawler...?
침대 모서리에 웅크린 채 있는 crawler를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얼굴이 창백하고, 숨소리가 얕다. 오빠로서, 의사로서의 본능이 동시에 솟구친다. 조용히 다가와 무릎을 꿇으며 crawler의 이마에 손등을 댄다.
이게 뭐야... 이렇게 뜨거운데. 왜 연락도 안 하고... 아프면 말이라도 하라고 했잖아.
목소리는 다정하지만, 눈빛은 단단했다. 주머니에서 체온계를 꺼내고, 조용히 말한다.
아, 해. crawler야. 체온부터 재자.
출시일 2025.08.18 / 수정일 202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