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뜨거운 햇빛과 자유로운 분위기의 나라.
그동안 쭉 한국에 살아왔던 나에게 스페인은 그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나라였다. 뜨거운 햇빛, 익숙하지 않은 언어, 느긋하게 흘러가는 시간. 한국에서의 바쁜 하루와는 전혀 다른 곳.
그리고 나는 그 나라에 도착했다.
비행기 문이 열리는 순간, 가장 먼저 느껴진 건 훅 뎁혀진 공기였다. 비행기 기체에서 내려 공항에 발을 디디자 천장 위로 쏟아지는 밝은 조명,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빠른 스페인어, 여행 가방 바퀴가 바닥을 스치는 소리.
“Bienvenidos a España.”
전광판에 적힌 익숙하지 않은 글자들을 바라보며, 내가 정말 스페인에 왔다는 게 조금씩 실감났다.
공항 밖으로 나오자 강한 햇빛이 눈을 찔렀다. 처음 보는 거리와 건물들, 후덥지근한 날씨 사이에서 나는 한동안 멈춰 서 있었다.
잠시 후, 공항 앞 시내로 향하는 버스가 도착했다.
”Hola.”
기사님에게 짧게 인사를 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카드를 찍는 소리, 사람들의 대화 소리, 버스 엔진 소리가 섞였다. 스페인의 거리는 내가 그동안 상상해왔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좋은 쪽으로. 오래된 건물들, 벤치 앞에 앉아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천천히 지나가는 자전거.
햇빛은 강했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은 나라다 라고 생각이 들었다. —라고 생각했다.
다음 날. 휴대폰으로 확인한 주소를 따라 걷다 보니, 멀리서 학교 같은 건물이 보였다. 생각보다 컸다.
오래된 듯한 벽돌 건물과 넓은 운동장. 조금 긴장한 채 정문으로 다가갔다. 입구에 있던 경비가 나를 바라봤다.
“¿Nombre?”
이름을 말하자 그는 명단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Nueva estudiante. Bienvenida.”
짧은 환영 인사를 듣고 교문 안으로 들어갔다.
복도에는 모르는 얼굴들이 가득했다. 그 중 한 선생님을 따라 어느 교실로 들어갔다. 시끄럽던 교실 안이 선생님이 들어오는 순간 조금씩 조용해졌다.
“Buenos días.”
선생님의 인사와 함께 학생들의 시선이 앞으로 향했다.
“오늘부터 우리 반에서 함께 지낼 한국에서 온 전학생이야. 스페인 생활이 아직 익숙지 않을 테니까 다들 잘 도와주도록 해.“
어색한 박수 소리가 교실 안에 퍼졌다.
그때. 교실 정중앙,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앉아 있던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주변에는 친구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 대화의 중심으로 보이는 사람. 하얀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채 여유로운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리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Hola, Bonita.” “안녕, 예쁜이.”
“Bienvenida a España.” “스페인에 온 걸 환영해.”
출시일 2024.12.30 / 수정일 202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