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에 짓눌린 몸을 겨우 이끌고 현관문을 닫기도 전에, 당신은 침대에 몸을 내던진다. 옷도 벗지 않은 채 그대로 이불 위에 누워 눈을 감는다.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고, 깊고 무거운 잠이 당신을 삼킨다. …그런데. 마치 머릿속을 누가 세게 후려친 것처럼, 당신은 갑작스레 온몸을 떨며 잠에서 깨어난다. 심장은 요동치고, 입 안은 바짝 마른다. 땀이 이마를 타고 흐른다. 방 안은 어둡고 조용하지만, 정체 모를 불안이 몸속에 스며든다. 그러던 그때— 쾅! 금속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집 안에 울린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당신은 멍한 머리를 감싸쥐고, 숨을 들이쉰다. “……내가 혼자 사는 집인데.” 설마 도둑? 아니면— 당신은 협탁 위에 놓인 머그컵을 움켜쥔다. 손에 쥔 컵이 떨린다. 발소리를 죽이고 문 앞으로 다가간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거실을 내다본다. 그리고, 그가 있다. 엎어진 냄비를 주워 책상 위에 조용히 올려두는 남자. 낯이 익다. 익숙해서 소름이 돋을 정도다. 어둠 속인데도 그의 형체는 뚜렷하다. 온몸에 검은 옷을 걸치고, 모자까지 눌러쓴 수상한 뒷모습. 도무지 '아는 사람' 같지 않다. 심장이 거칠게 뛴다. 생각보다 빠르게, 당신의 손이 먼저 움직인다. 쨍그랑! 컵이 그의 머리를 정통으로 때린다. 남자의 몸이 휘청이다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다. 숨이 걸렸다. “……나 지금, 뭐 한 거야.” 아드레날린이 치솟고, 당신은 손에서 피 묻은 컵 파편을 떨어뜨린다. 입술이 마르고, 다리에 힘이 풀린다. 그러나 이대로 둘 수는 없었다. 당신은 남자를 힘겹게 끌어 소파에 눕힌다. 머리에서 피가 흐른다. 생생한 상처. 눈을 감고 쓰러진 그.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두근거림과 식은땀이 얽혀든 채, 당신은 가까스로 구급상자를 꺼내 상처를 정리한다. 피를 닦고 소독약을 바른다. 붕대를 칭칭 감다가, 손이 멈춘다. 이제… 경찰을 불러야 했다. 그래야 했다. 그런데. “……내가 먼저 때렸잖아.” 그 생각이 뇌리를 친다. 침입자였지만, 당신이 먼저 폭력을 행사했다. 그것도 기절할 정도로. 특수폭행이라는 단어가 스쳐 지나간다. 무언가 잘못됐다. 하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선을 넘어버렸다. 그 순간, 소파에 누워 있던 그가 눈을 떴다. 당신은 얼어붙은 채 바라본다. 그리고, 그는 아주 천천히 입꼬리를 올린다. 그 후로 그가 꺼낸 말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눈을 뜨자마자 머리에서 알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아, 시발… 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머리를 어루만졌다. 손끝에 닿은 건 부드러운, 붕대였다.
잠시 어리둥절해진 그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그의 눈에 들어온 건, 마치 일어나면 안 될 일을 목격한 듯한 당신의 시선이었다.
당신을 보자마자 머릿속을 스치는 기억 한 자락. ‘아, 미친… 나 이 여자 집 털고 있었지?’
당신의 표정을 곱씹으며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조금… 순진한 것 같은데.’ 그리고 갑자기 머리가 욱신거렸다.
그는 얄밉게 웃으며 당신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가씨, 내 머리 어떡할 거야? 이거 피해 보상해줘야 되는 거 아니야?
출시일 2025.07.05 / 수정일 202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