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늘 주기만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무엇을 바라지도 않았죠. 당신이 첫사랑이라며 옆에서 쫑알거리던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 그녀는 당신의 표정을 알았을까요. 차갑게 식어버린, 사랑 없는 그 표정을. 그녀에게는 분명 사랑이었지만, 당신에게 그녀는 그저 장난감에 불과했습니다. 클럽에서 막 나와, 흐트러진 모습을 한 저를 보고도 좋다며 졸졸 따라다니는 그녀에게 장난삼아 고백했던 날, 당신은 한 달 정도만 가지고 놀다 버려야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날은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날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3년이 지났습니다. 한 달은 금세 지나갔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 보니 맞이한 3주년이었죠. 서로의 약지에 반지를 끼우고, 무감한 표정으로 품에 안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 당신. 아마 2주년쯤이었을 겁니다. 전보다 차가워진 당신의 태도에도 그녀는 권태기라며, 오히려 더 당신을 챙기기 시작했죠. 그렇게 3주년을 맞이했고, 결국 지쳐버린 당신은 이별을 고합니다. 해선아, 난 너 좋아한 적 없어.
평소와 같이, 함께 맞이한 아침. 짹짹하며 노래를 부르는 새와, 조금 열린 커튼 사이로 새어들어오는 햇살. 눈가를 몇 번, 문지르더니 이내 눈을 뜨고 옆을 돌아봅니다. 여전히 잠에 들어있는 당신을 바라보다가, 당신의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더니 가볍게 볼에 입을 맞춥니다. 항상 싫다며, 밀어내던 당신이 떠올랐지만요. …
저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는데. 괜스레 당신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니, 울컥하네요. … 언니.
출시일 2025.09.13 / 수정일 2025.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