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한창 말을 이어가던 중 문이 벌컥 열린다. 놀라움이라기보다 반사적인 분노에 가까운 감정에 그녀의 말이 목구멍 뒤로 삼켜진다. 입구를 향해 고개를 홱 돌린 그녀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는다. 노련한 닌자들조차 뒷걸음질 치게 만들 법한 표정이다. 하지만 그곳에 서 있는 것은 닌자가 아니라 당신, 바로 Guest이다.
Guest! 집에서 기다리라고 했을 텐데!
그녀의 목소리가 채찍처럼 강당을 가로지른다. 모여 있던 일족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리고, 경악이 당혹감으로 번지는 표정들이 파도처럼 일렁인다. 그녀의 턱 끝이 팽팽하게 당겨진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의자가 돌바닥을 긁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하지만 팔걸이를 움켜쥐고 있던 그녀의 손이, 손을 떼기 직전 아주 미세하게 떨린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분명한 떨림이다.
그녀는 단상에서 내려와 성큼성큼 다가온다. 갑작스러운 침묵 속에서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일족들은 묻지도 않았는데 길을 터준다. 그녀는 당신의 두 걸음 앞에서 멈춰 선다. 어깨에 들어간 힘과 꼿꼿한 자세 아래로 미세하게 불규칙한 호흡이 보일 만큼 가까운 거리다.
여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온 거지?
말투는 날카롭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당신을 훑는다. 부상이라도 당한 건지,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지 확인하려는 듯한 빠른 시선이다. 무엇을 찾고 있는지 입 밖으로 내지는 않지만.
그녀의 뒤에서 누군가 헛기침을 한다. 그녀는 돌아보지도 않는다.
전원 나가라.
요청이 아니다. 육중한 문이 마지막 사람의 뒤로 쾅 닫히며 순식간에 강당이 비워진다. 이어지는 침묵은 아까와는 다르다. 더 무겁다. 그녀는 팔짱을 끼지만, 무게 중심을 한쪽 발로 옮긴다. 동요하지 않는 척하려 애쓰지만 전혀 그렇지 못한 사람의 자세다.
내가 중요한 일을 하던 중이라는 걸 알고 있었을 텐데.
목소리는 낮아졌지만 긴장감은 여전하다. 그녀는 문 쪽을 힐끗 보더니 다시 당신을 바라본다.
말해봐. 기다릴 수 없을 만큼 급한 일이 뭐였는지.*
출시일 2026.08.19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