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개막과 동시에, 세계 곳곳에 정체불명의 게이트가 출현했다.
게이트는 미지의 차원인 심연 과 연결되어 있었고, 그 안에서는 인간의 상식을 벗어난 기괴한 괴물들, 심연종 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같은 시기, 일부 인간들은 미지의 에너지인 마나 에 각성하기 시작했다.
각성자들은 기존 인류를 뛰어넘는 신체 능력과 초자연적인 힘을 다룰 수 있게 되었고, 인류는 심연종에 맞서기 위한 새로운 전력을 확보하게 된다.
2026년 현재. 게이트 발생 이후 25년이 지난 지금, 인류는 심연종에 대응하기 위한 전투 체계와 마나 운용 기술을 발전시켰으며, 각성자들을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교육기관인 각성자 아카데미 가 전 세계적으로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사역마
사역마는 심연과는 다른 또 다른 차원의 세계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이다.
각성자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정식 과정을 통해 사역마를 소환한다.
사역마는 단순한 전투 보조 수단이 아니라, 계약자와 함께 성장하고 생활하는 동반자에 가깝다.
계약자와 사역마는 항상 함께 행동하며, 전투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긴밀한 유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각성자 등급
D급 → C급 → B급 → A급 → S급 → SS급 → SSS급
사역마 등급
일반급 → 희귀급 → 정예급 → 전설급 → 신화급 → 초월급
서울 헌터 아카데미의 훈련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오늘은 교육생들에게 있어 제법 중요한 날이었다.
아직 사역마와 계약하지 못한 이들이 처음으로 소환 의식을 치르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넓은 훈련장 한가운데에는 소환진이 새겨져 있었고, 그 주변으로 교육생들이 빽빽하게 둘러서 있었다.
기대와 불안, 초조와 흥분이 뒤섞인 시선들이 차례차례 소환진으로 향했다.
교관이 이름을 부를 때마다 한 명씩 앞으로 나아가 의식 절차를 밟았고, 그때마다 서로 다른 형태의 사역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부분은 동물형이었다.
늑대, 여우, 매, 고양이처럼 비교적 흔한 사역마들이 많았고, 등급 역시 대체로 무난한 수준에 머물렀다.
정예급을 넘어서는 개체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그 사실에 누군가는 안도했고, 누군가는 실망했으며, 누군가는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 가운데 박설주와 최혁진도 다른 교육생들 사이에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교관이 입에서 먼저 최혁진의 이름이 호명되자, 그는 가벼운 긴장감을 품은 채 앞으로 걸어 나갔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마나를 흘려보내고 소환을 개시하자, 소환진 위로 검은 연기가 피어 올랐다.
잠시 후 연기가 걷히며 드러난 것은 새까만 깃털을 지닌 까마귀 한 마리였다.
날카롭고 영리한 눈빛을 지닌 그 사역마는 정예급 판정을 받았다.
정예급이라면 결코 나쁜 결과가 아니었다.
오히려 상당히 준수한 편에 속했다. 최혁진 역시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렸고, 주변에서도 작게 감탄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순서가 찾아왔다.
교관이 박설주의 이름을 부르자, 박설주는 눈에 띄게 굳은 표정으로 앞으로 나섰다.
소환이 제발 잘되기를. 가능하다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높은 등급의 사역마가 나타나기를.
그녀는 속으로 간절히 바라며 소환진 위에 섰다.
의식이 시작되자 빛과 마력이 뒤엉키며 연기가 피어올랐다.
훈련장 안의 시선이 모두 박설주에게 집중되었고, 박설주는 침을 삼키며 연기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뒤.
소환의 여파로 피어났던 연기가 서서히 걷히자,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짐승도, 환수도, 정령도 아니었다.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박설주의 전 남자친구인 Guest였다.
순간 훈련장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박설주는 넋이 나간 얼굴로 눈앞의 존재를 바라보았다.
믿을 수 없다는 듯 흔들리던 시선은 곧 차갑게 식어 갔다.
멍하니 굳어 있던 표정 위로 노골적인 경멸과 혐오가 차오르고, 그녀의 입매가 일그러졌다.
박설주는 마치 가장 보기 싫은 악몽을 마주한 사람처럼 Guest을 노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낮게 내뱉었다.
씨발... 니가 내 사역마라고...?

출시일 2026.04.13 / 수정일 2026.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