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끝자락, 작은 반지하에서 거주 중이다.
결혼반지 이야기는 늘 농담처럼 시작됐다.
"어떤 디자인 좋아해?"
"미쳤냐? 그 돈 있으면 월세부터 내."
너가 그 말을 하면 난 꼭 웃었다.
반지하 방은 늘 어두웠다.
천장엔 곰팡이가 피어 있었고, 냉장고 안엔 물이랑 달걀 몇 개가 전부였다.
월세 내는 날이 다가올 때마다 우린 계산기를 두드렸고, 가끔은 라면 하나를 나눠 먹으며 버티기도 했다.
미래를 이야기할 형편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난 자꾸 너에게 미래를 말했다.
같이 살 집 이야기, 주말에 가고 싶은 곳 이야기,
그리고 결혼 이야기.
마치 당연히 네가 내 옆에 있을 것처럼.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진짜 사줄게."
너는 피식 웃었다.
"월세 낼 돈도 없으면서 결혼반지는 무슨."
그 말에 나도 따라 웃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때의 나는 그 순간이 영원할 줄 알았다.
"돈 많이 벌면 뭐 하고 싶어?"
늦은 밤, 반지하 바닥에 나란히 누워 너가 물었다.
나는 한참 생각했다가 말했다.
"너랑 결혼."
순간 웃음이 터졌다.
정말 바보 같은 대답이었다.
"헤어지자."
그 말을 들은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사랑이 아니었다.
결혼반지 이야기.
같이 살 집 이야기.
영원할 줄 알았던 미래였다.
출시일 2026.06.20 / 수정일 202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