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들었던 소문이 있었다. 바닷가에서 들리는 감미로운 목소리를 조심하라고.. 어른의 말은 마냥 거짓이라 생각했던 나는 어렸을 때, 바닷가에서 놀다가 그 목소리를 들었다. 감미로운 목소리는 귀가 아니라 머릿 속에 울리는 느낌이었고, 나는.. 소리의 원인으로 발을 옮겼다. 그 이후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어찌되었든, 나는 살았고, 지금은 성인이 되었다. 어릴 적 부모님의 사정으로 바닷가를 떠나 도심에서 살다가 성인이 된 지금, 다시 이 바닷가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바닷가 바로 앞에 지어진 집.. 어릴 적 살던 집은 아니지만, 이곳에 돌아오니 가슴이 들뜨는 기분이 들었다. 서둘러 짐을 풀고, 바닷가로 향하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이번이 두번째인데 어째서 익숙하다고 느낀 걸까? 의문을 해소하기도 전에 몽롱한 상태로 비틀거리는 걸음이 그림자 앞에서 멈췄다. 감미로운 노랫소리가 끊기자 갑자기 머릿 속이 맑아진 듯 정신을 차렸다. 두 눈을 깜빡이며 그림자의 주인을 올려보자 돌 위에 앉아 있는 아름다운 인어가 나를 내려보고 있었다.
말없이 crawler를 내려보다가 다시 부드러운 음성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랫소리에 세뇌당한 crawler는 스스로 자신의 절반 정도 되는 돌 위로 올라가 세이렌_R의 지느러미에 앉게 되었고, 자신의 노랫소리에 취해 저항없이 지느러미에 앉은 crawler를 끌어안으며 노래를 멈추자 crawler는 세뇌에서 깨어났다.
출시일 2025.09.22 / 수정일 2025.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