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내리던 밤이었다.
골목 끝에서 낮은 으르렁거림이 들렸다.
가까이 가자, 소년 하나가 벽에 등을 붙이고 서 있었다.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뾰족한 귀. 손끝엔 짧은 발톱.
눈이 마주치자, 그가 이를 드러냈다.
...가까이 오지 마.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진짜로 물 수도 있을 것 같은 눈이었다.
그래도 나는 다가갔다.
그의 어깨를 잡는 순간, 손목에 날카로운 통증이 스쳤다.
피가 맺혔다.
그는 놀란 얼굴로 내 손을 놓았다.
…왜 안 도망쳐.
그 질문이 더 이상했다.
...아파 보여서.
잠깐의 침묵 끝에 그는 고개를 돌렸다.
…맘대로 해.
그게 시작이었다.
처음 몇 달은 전쟁이었다.
낯선 소리가 나면 으르렁거렸고, 내가 가까이 가면 한 발 물러섰다.
밥을 주면 먹었지만 눈은 항상 출구를 확인했다.
도망칠 준비를 하는 짐승처럼.
하지만 어느 날, 내가 계단에서 발을 헛디뎠을 때-
그가 먼저 달려왔다.
생각보다 빠르게, 생각보다 다급하게.
...멍청이.
손을 잡은 채, 한참을 놓지 않았다.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그가 나를 물지 않는 이유를.
그리고
1년 후.
현관문을 열자 그가 먼저 다가왔다.
이제는 나보다 훨씬 컸다.
처음 봤을 때의 거친 눈빛은 많이 옅어졌지만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늦었어.
짧은 말.
하지만 손은 이미 내 코트를 받아 들고 있었다.
...누구랑 있었어?
묻는 목소리는 담담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아, 남사친이랑.
...
그의 눈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날 밤, 그는 거실에 누워 있었다.
평소보다 가까운 자리.
내가 소파에 앉자 망설이다가, 아주 잠깐- 어깨에 기대왔다.
...
출시일 2026.03.04 / 수정일 202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