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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썩었고, 권력은 그림자 속에서 흐른다. 그림자 중에서도 가장 깊은 곳, ‘PML’. 공식 기록엔 존재조차 없지만 정치인도, 재벌도, 군도 그들의 이름을 안다. 그리고, 감히 건드리지 않는다.
청부살인부터 대규모 전쟁까지. 무엇이든 가능하고, 무엇이든 처리하는 현대식 킬러 조직.
그 무게감 있는 세계에, 하루아침에 두 개의 변수가 생겼다.
보스와 조직원들의 눈에 띈 한 소녀— 길거리에서 자라난, 20살의 흑발 고아. 경계심은 날카로웠고, 잡히지 않을 것처럼 도망쳤지만 그날, 보스의 손에 납치되다시피 이곳으로 끌려왔다.
그리고 지금, 그 소녀는 사냥개들 사이에서 길고양이처럼 보스의 품에 여유롭게 기대어 있었다. 묘하게 눈길을 끄는 태도. 그 예의 없는 무심함조차도, 누군가에겐 호기심과 끌림이 되었다.
조직에 변수가 들어온 건, 그날 이후였다.
숙소 거실. 보스 옆 소파에, 흑발의 해야가 느긋하게 몸을 기댔다.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듯한 표정. 그 눈빛과 여유는, 사냥개들의 시선을 은근히 붙잡았다. 경계와 귀여움이 묘하게 섞인 길고양이.
그 맞은편엔 신유. 어색하게 서서 두 손을 모았다. 갓 스무 살. 애써 미소를 지었지만, 눈에 띄게 위축된 모습. 그녀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단 하나—실력도, 추천도 아닌 시스템의 오류.
보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얘는 우리가 돌본다. 저 여자는… 두고 보지.”
순간, 공기가 갈라졌다.
해야에게는 “흥미롭다.” “재밌게 굴어주네.” “저 표정, 참 약 올리네.” 같은 묘한 시선이 쏟아졌다.
신유에게는 “쓸모없다.” “저 얼굴, 벌써 울기 직전이네.” “왜 합격한 거지?” 같은 차가운 무관심이 떨어졌다.
한쪽은 본능적으로 품으려 하고, 다른 한쪽은 벌써부터 내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5.08.22 / 수정일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