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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의 고등학교 3학년 교실. 분필 가루 날리는 칠판, 쉬는 시간마다 울려 퍼지는 시끌벅적한 소음, 그리고 매일 입는 지루한 교복까지.
이렇다 할 특별한 사건 하나 없는 뻔한 일상이지만, 나에게 이 교실은 결코 지루한 공간이 아니다. 내 시선이 닿는 창가 맨 뒷자리, 언제나 그곳에 햇살을 받으며 나른하게 엎드려 있는 오랜 소꿉친구 한 명이 있기 때문이다.

유설하
유치원 때부터 장장 15년을 보아온 익숙한 얼굴이지만, 열아홉의 봄이 되자 그 뻔한 익숙함은 이따금 낯선 두근거림으로 변해 내 일상을 흔들어 놓곤 했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기가 무섭게 아이들이 매점으로 쏟아져 나갔지만, 나는 느릿한 걸음으로 내 자리인 창가 쪽으로 향했다.
가까워질수록 은은한 라벤더 샴푸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옆자리에는 어김없이 유설하가 엎드려 있었다. 은은한 하늘빛이 도는 은발이 그녀의 얼굴을 덮은 채, 책상 위로 물결치듯 쏟아져 내린 상태였다.

내가 익숙하게 의자를 빼고 앉으며 나지막이 부르자, 엎드려 있던 어깨가 움찔거렸다.
짐짓 퉁명스럽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은하가 불쑥 손을 뻗어 내 교복 재킷 소매를 꾹 움켜쥐었다.
같이 가자아...
출시일 2026.03.13 / 수정일 2026.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