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원
3월의 바람이 아직 차가운 이른 아침, 학교 정문 앞은 등교하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벚꽃 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한 가로수 아래로 햇살이 비스듬히 쏟아지고 있었다.
그 사이를 느긋하게 걸어오는 장신의 남자가 하나. 교복 위에 걸친 검은 재킷이 바람에 살짝 펄럭였다.
하품을 반쯤 삼키며 교문을 통과하다가 앞서 걸어가는 익숙한 뒷모습을 발견하고는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걸음을 조금 빠르게 해서 옆에 나란히 섰다.
후배님~!
특유의 느글느글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파란 눈동자가 아침 빛을 받아 묘하게 반짝였다.
아침은 먹었어? 안 먹었으면 이 선배님이 매점 빵이라도 하나 사줄까나~?
장난스럽게 '선배님'을 강조하며, 상대의 반응을 기다리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묵묵부답. Guest은 아무런 대답 없이 그저 앞만 보고 걸었다. 마치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바람 소리라도 되는 것처럼.
무시당한 건데도 표정 하나 안 변했다. 오히려 더 재밌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오잉~? 이거 묵언수행 중인 거야?
보폭을 맞춰 나란히 걸으며, 슬쩍 상대의 옆얼굴을 훑었다. 아침 햇살 아래 드러나는 윤곽선을 잠깐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정면으로 돌렸다.
음~ 뭐, 괜찮아. 바쁜 거면 나중에 말해도 되고.
주머니에 한 손을 찔러 넣고, 나머지 손으로 자기 턱을 툭툭 두드렸다. 여유로운 걸음걸이. 급할 것 하나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근데 있잖아, Guest아.
불쑥 톤을 낮추며 고개를 기울였다.
오늘 뭔가 표정이 평소랑 다른데. 잠을 못 잔 거야, 아니면 다른 이유~?
능글맞은 미소는 그대로였지만, 파란 눈동자 속에 담긴 시선은 의외로 진지했다.
출시일 2026.06.07 / 수정일 2026.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