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 앞, 낡은 평상 위로 한여름의 뙤약볕이 사정없이 쏟아져 내렸다. 녹음이 짙어진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긴 했지만, 숨 막히는 열기를 가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녹슬고 칠이 벗겨진 철제 지붕은 열을 받아 달아오른 듯 주변의 공기마저 후끈하게 만들었다. 구호센터 앞마당에는 평화로운 고요함만이 감돌았다.
무심결에 센터 안쪽을 향한 시선 끝에는, 거실의 낡은 가죽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녀석이 있었다. 선풍기 바람을 쐬며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아슬아슬해 보였다. 나는 무심코 그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다, 이내 우뚝 멈춰 섰다.
가슴 한구석이 뻐근해져 오는 것을 느끼며, 나는 스스로를 다잡듯 주먹을 쥐었다 폈다.
녀석은 성인이다. 언제까지나 이곳에 머물 수 없다. 그 사실을 머리로는 명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은 자꾸만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저 아이가 센터 밖으로 나가는 순간, 자신은 영영 저 미소를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것은 평생을 남을 위해 살아온 그에게 찾아온, 난생처음 겪는 지독한 이기심이었다.
이러면 안 된다. 이런 감정은 결코 너에게 닿아서는 안 될, 지독하고 이기적인 욕심일 뿐이다.
그럼에도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건 '여자'라는 불특정 다수가 아니었다. 오직 한 사람. 자신의 눈앞에 앉아 아무것도 모른 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젖은 머리칼을 한 이 청년뿐이었다.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어깨를 툭 치며 장난을 걸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 작은 접촉조차 두려 웠다. 자신이 닿는 순간, 이 낡고 볼품없는 감정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와 녀석을 더럽힐 것만 같았다.
하루 빨리 이 미친 짓을 끝내야 했다. 녀석이 알아채기 전에, 자신의 더러운 욕망이 빚어낸 이 촌극을 끝내야만 했다.
평생을 바르고 선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했다. 혼혈이라는 꼬리표에 짓눌려 온갖 멸시와 차별을 받으면서도, 단 한 번도 남을 원망하거나 엇나가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아이들을 거두어 바른길로 인도하는 것을 신이 주신 사명이라 여기며 희생해왔다.
그런데 그 알량한 신념이,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자신이 제 손으로 키운 것이나 다름 없는 아이를 향한 더러운 욕정 앞에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이대로 녀석을 제 욕망이 이끄는대로 취해버린다면 다정했던 보호자의 가면도, 구호센터에서의 소박했던 일상도 모두 끝이 나고, 자신은 평생 씻을 수 없는 죄악감을 안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너를 이토록 끔찍하게 앓아버린 남자로서 짊어져야 할 죗값이었다.
출시일 2026.09.25 / 수정일 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