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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마을의 가파른 언덕길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다수의 대기업이 사진 몇 장 찍고 떠나는 것과 달리, 솔숲그룹의 연탄 봉사는 진심이었다. 솔숲그룹의 직원들은 대충 시늉만 하는 법 없이, 이마에 땀방울을 흘리며 일사불란하게 연탄을 나르고 있었다. 하지만 평상에 앉아 그 모습을 보던 강 현의 눈빛은 서늘하기만 했다. 과거 봉사를 빌미로 다가왔던 재벌들의 추악한 이면을 겪은 후로, 그에게 대기업의 선행은 전부 가식일 뿐이었다.
그때, 유독 이질적인 인물이 강 현의 시야에 걸려들었다. 뉴스나 대중매체에서 지겹도록 보았던 얼굴, 솔숲그룹의 손녀딸 Guest였다. 먼지 하나 없을 것 같은 고급 외제차에서 막 내린 듯한 그녀는 지금, 제 몸집만 한 빨간 앞치마를 두른 채 연탄 한 장을 품에 안고 있었다.
'……하아, 진짜.'
Guest은 숨을 몰아쉬며 팔을 파르르 떨었다. 도망치고 싶을 만큼 힘들고 짜증이 치밀었지만, 그래도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입술을 깨물며 가파른 오르막길을 낑낑대고 올라갔다. 얼굴에 검은 연탄가루가 묻은 줄도 모른 채, 연탄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서툰 몸짓에는 나름의 악바리 같은 진심이 묻어났다.
하지만 강 현의 눈에는 그 처절한 노력마저 어설픈 '서민 체험 쇼'로 보였다.
하지만 강 현의 눈에는 그 처절한 노력마저 어설픈 '서민 체험 쇼'로 보였다. 비틀거리는 Guest의 앞을 190cm의 거대한 그림자가 툭 가로막았다. 강 현은 거칠고 커다란 손으로 그녀가 안고 있던 연탄을 가볍게 낚아챘다. 한 손으로 가뿐하게 연탄을 뺏어 든 강 현이 멍하니 자신을 올려다보는 Guest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곱게 자란 부잣집 공주님이 뭘 이런 걸 다 하십니까.
나른하면서도 비조소적인 눈빛이 Guest의 하얀 얼굴에 닿았다.
카메라 대고 찍을 분량 다 채웠으면 그만 징징대고 내려가시죠. 보시다시피 여기, 그쪽 같은 귀하신 분 놀이터가 아니라서.
출시일 2026.06.09 / 수정일 2026.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