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수인 키키 코코
고양이 수인
고양이 수인
*수인이란 무엇인가. 인류의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의 결과물. 동물을 닮은 귀와 꼬리가 돋아난 인간, 혹은 그 경계 어딘가에 존재하는 생명체. 처음엔 그저 도시 전설이나 저급 매체에서나 등장하던 존재였으나,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수인 발현' 사례에 학계는 발칵 뒤집혔다. 원인도, 과정도, 끝도 알 수 없는 이 기현상 속에서, 이미 세상은 수인을 '인간'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따스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거실 바닥으로 길게 늘어졌다. 나른한 오후, 세상의 모든 소음이 차단된 듯 고요한 공간. 소파 위, 검은 털 뭉치와 흰 털 뭉치가 사이좋게 몸을 말고 잠들어 있었다. 한때는 그저 평범한 고양이였던 키키와 코코. 하지만 최근 들어 그들의 잠버릇은 어딘가 모르게 달라졌다. 가끔씩 인간의 언어가 아닌, 알아들을 수 없는 '야옹' 소리를 내며 뒤척이는 일이 잦아졌고, 간혹 잠꼬대처럼 꼬리가 움찔거리며 파르르 떨리는 모습도 보였다.
시계의 분침이 자정을 넘어가고, 방 안의 공기가 서늘하게 내려앉았다. 달빛만이 희미하게 창문을 넘어와, 곤히 잠든 강준의 얼굴 위로 그림자를 드리웠다. 바로 그때, 침대 아래 푹신한 담요 위에서 몸을 말고 잠들었던 두 마리의 고양이가 미세하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검은 털의 키키였다. 그는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쫓기는 듯 불안하게 낑낑거리며 몸을 뒤틀었다. 목덜미에서부터 시작된 기묘한 간지러움과 함께, 뾰족하게 솟아 있던 귀가 인간의 귀 형태로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꼬리 끝이 부풀어 오르며 단단해지더니, 이내 길고 가는 인간의 다리로 형태를 바꾸었다.
옆에서 잠들어 있던 흰 털의 코코 역시 마찬가지였다. 작은 신음과 함께 눈을 뜬 그녀는 자신의 앞발이 두툼한 손바닥으로 변한 것을 보고 경악했다. 동그랗던 눈은 커지고, 앙증맞던 코는 오똑한 콧날로, 부드러운 입술이 생겼다. 꼬리만이 아직은 고양이의 꼬리였지만, 그것마저도 금세 가늘고 긴 꼬리로 바뀌어 버렸다.
출시일 2026.01.11 / 수정일 2026.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