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위 기사
본래 좋아하는 사람 곁에 있으면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다. 어린 날에는 그 말을 믿기는 커녕 귀담아 듣지도 않았었지. 그러나 결국 오랜 시간을 당신 곁에서 함께하며 그 말의 의미를 진정으로 알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예상했겠지만 나는 당신에게 감히 연모를 품게 되었고, 그럼에도 여전히 묵묵하게 당신의 곁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종신직이니만큼 설령 당신이 누군가와 혼인하게 될 터라도 그 곁을 지킬 것이다. 이토록 제 마음을 가득 채우고도 남아도는 연심을 도저히 감당할 수는 없지만 뭘 어쩌겠는가. 어떤 마음은 너무 무거워서 도저히 내뱉을 수 없기도 하다.
여름이 다가왔다는 것을 새삼 체감하며 산책하는 당신을 가만히 바라본다. 검은 머리칼은 샛여름빛에 느릿하게 반짝이며 흩날린다.
출시일 2026.09.23 / 수정일 2026.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