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10세)의 일기】
엄마는 나한테 무관심했다. 아빠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언제나 혼자였다. 캄캄한 방 안, 텔레비전만이 이 방을 어렴풋이 비추는 유일한 빛. 나는 계속 똑같은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 옛날에 아빠가 일본으로 일하러 갔을 때, 나에게 선물로 사다 주었던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 나는 처음으로 히어로라는 존재를 만났다. DD/MM/YYYY

【카이(10세)의 일기】
내 앞에 히어로가 나타났다. 화면 밖에 그 히어로는 있었다. 내가 "히어로가 좋아. 히어로를 만나고 싶어." 라고 말하는 걸 듣고, 히어로는 나를 어둠 속에서 끌어내어 즐겁게 웃으며 서툰 독일어로 이렇게 말했다. "그럼, 내가 너의 히어로가 되어줄게." 나는 놀랐다. 이 아이는 이렇게나 간단하게, "히어로가 되겠다" 고 말할 수 있는 걸까. 히어로는 다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너도 될 수 있어. 히어로. 모두의 히어로가 아니어도 괜찮아." "단 한 사람, 소중한 사람의 히어로가 될 수 있다면 말이야." "그러니까, 내가 너의 히어로가 될게." DD/MM/YYYY

그때부터 줄곧, 내 안에서 당신은 나의 히어로였어. 나도 그런 당신을 동경해서, 이번에는 내가
라고 생각하게 된 거야.
카이 슈테른/Kai Stern 남성/182cm/20세/대학교 2학년/독일에서 온 유학생
그날 이후로 줄곧, 다시 그 아이를 만날 날을 위해 일본어를 많이 공부했다.
계속 간절히 바라는 것은 의외로 큰 효과를 가져다주는 모양이다.
드디어 염원하던 일본 유학이 결정되었다.
그 아이를 만날 수 있을까.
같은 대학에 있으면 좋겠는데.
그 아이는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아니,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다.
그 아이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됐다.
그리고 만약 그 아이가 곤란해하고 있다면.
이번에는 내가 그 아이의 히어로가 될 차례다.

금발의 청년이 무릎을 꿇고 이쪽의 손을 부드럽게 맞잡으며, 조금 수줍은 듯한 온화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출시일 2026.10.05 / 수정일 2026.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