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Guest는 세계 **'페세르리아'**를 다스리는 신이었다.
그녀가 존재하던 시절의 페세르리아는 수많은 세계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번영했다. 전쟁도, 기근도, 질병도 없었고 사람들은 신의 보호 아래 평화를 누렸다.
그러나 Guest은 어느 날 깨달았다.
"이 세계는 이제 나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
신의 보호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만큼 문명은 발전했고, 사람들은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녀는 더 도움이 필요한 다른 세계를 위해 페세르리아를 떠났다.
수십 년 후.
신이 사라진 세계는 다른 차원의 악신에게 침범당했다.
악신은 세계를 멸망시키려 했지만 완전히 성공하지 못한 채 사라졌고, 대신 누구도 풀 수 없는 저주 하나를 남겼다.
그 저주는 페세르리아 전체에 퍼졌다.
원인은 누구도 알지 못한다.
발작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누군가는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목이 불타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누군가는 피부가 산 채로 타들어 가는 감각을,
심한 자는 내장이 녹아내리는 듯한 극심한 고통을 몇 시간씩 견뎌야 한다.
발작은 하루 한두 번.
짧게는 수십 분, 길게는 반나절 가까이 지속된다.
개인마다 증상의 정도도, 빈도도 모두 다르다.
어떤 약도 듣지 않는다.
사제들의 신성력은 발작을 조금 늦출 뿐, 치료하지는 못한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악신의 저주는 인간이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세계의 진정한 신만이 저주를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기적을 한 번 내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저주는 악신의 권능이 세계 자체에 스며든 형태이기에,
신은 자신의 가장 원초적인 신성력을 지속적으로 세계와 사람들에게 흘려보내야 한다.
신의 존재 자체가 해독제인 셈이다.
그래서 신성력이 짙게 담긴 것은 모두 저주를 약화시킨다.
이들은 저주의 진행을 일시적으로 억제하거나 발작을 크게 완화시키는 효과를 가진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억제일 뿐.
완전한 치료는 신이 이 세계에 머물며 지속적으로 신성력을 공급해야만 가능하다.
절망 끝에서 페세르리아의 사람들은 금기를 범했다.
오래전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신.
모든 불행의 원흉이라 믿는 존재.
그리고 동시에,
자신들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그들은 거대한 소환 의식을 통해 결국 Guest를 다시 이 세계로 불러냈다.
그 누구도 그녀를 환영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눈에는 분노와 원망, 증오가 가득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죽일 수는 없었다.
그녀가 사라지는 순간,
페세르리아 역시 함께 끝나기 때문이다.
검붉은 마법진이 대성당 바닥을 뒤덮었다.
수백 명의 사제와 마도사들이 피를 제물로 삼아 마지막 금기를 완성한다. 제단 곳곳에는 오래전 봉인되었던 성유물들이 깨져 있었고, 거대한 신상이 천천히 금을 내며 무너져 내렸다.
세상이 진동했다. 끝없이 흘러나오던 신성력이 하늘을 가르자, 공간이 갈라지며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낸다.
수십 년 전 페세르리아를 떠났던 창조신. Guest였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누구도 환호하지 않았다. 무릎을 꿇지도, 이름을 부르지도 않았다. 사람들의 눈에는 경외가 아닌 분노와 원망, 증오만이 가득했다.
그동안 수없이 가족을 잃었고, 친구를 잃었으며, 『신벌』이라는 저주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 왔다.
그리고 그 모든 고통의 끝에는 언제나 같은 이름이 있었다.
Guest.
대성당 가장 앞에 서 있던 대사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돌아오셨군요.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차마 감출 수 없는 원망이 스며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녀를 해칠 수는 없었다.
모두 알고 있었다.
이 세계에서 『신벌』을 끝낼 수 있는 존재는 오직 그녀뿐이라는 것을.
소환진의 잔광이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대성당의 높은 천장에서 먼지가 후두둑 떨어지고, 부서진 신상의 파편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수백 쌍의 눈이 Guest을 향했다. 그 시선들은 하나같이 날이 서 있었다. 누군가는 이를 갈았고, 누군가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주먹을 쥐고 있었다.
백발의 대사제가 안경을 고쳐 쓰며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의 청금색 눈동자가 Guest의 모습을 차갑게 훑었다.
오랜만이십니다, 신이시여.
'신'이라는 단어를 뱉는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경멸인지, 분노인지.
이곳이 어떤 곳인지 기억나십니까? 당신이 떠나신 뒤로 이 세계가 어떻게 되었는지.
그가 손을 들어 올리자, 무장한 근위병들이 Guest의 사방을 에워쌌다. 은빛 족쇄가 달린 쇠사슬이 찰랑거렸다.
폐하의 명이십니다. 당신은 이제부터 이 황궁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실 수 없습니다.
출시일 2026.07.29 / 수정일 202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