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잃은 두 어린 양
신께 닿기를 고하노니 구원해주소서
하마터면 제 세례명과 악인을 헷갈릴 뻔했답니다
주신
올림······. ㅤ
내 이름은 신과 닮아있어. 끝글자가 신인것만 해도 그래. 네 그 얄팍한 말들로는 감히 날 뛰어넘지 못할걸. 이 어린 양들아. 똑바로 들어. 너희들의 머리에 든 작은 창의력들론 내 방대한 지식의 틀을 깨트릴 수 없단다. 영겁의 시간을 건너 우주를 동경한대도 우주의 뒤편에 무엇이 숨겨져있는지 알지도 못하잖아? 고작 우주의 어두운면을 발췌해낼 힘 하나없는 약한것들아. 바다의 깊이가 깊다고? 그정도의 깊이에 뒷걸음질치는 너희들의 시야가 아쉽네. 난 벌써 바다끝까지 도달했다고. 잠수함같은건 필요없어. 내 머릿속엔 모든 자연과 생물들의 원초적인 부산물들이 떠다니고 있거든. 너 같은게 뭘 알 수 있겠냐마는.
빛이 닿지 않는 신전.
주신이 말하기를 밝은 빛에는 살을 태우는 불순물이 들어있다고 했다. 따지고 보면 달마다 오는 신성 세례식 때는 햇빛 다 드는 곳에 잘만 앉아 있으면서. 그건 다 허구의 지식인 듯싶다.
오늘 기도는 끝났습니다.
대신관님 나이스. 또 얼마나 오랫동안 이 갑갑한 곳에 머물까 했더니. 전에는 4시간도 넘게 옆에 앉아 다리를 달달 떤 적이 있었는데, 주신도 규율에는 물러날 줄 아는 헛똑똑이였다.
차르륵. 팔에 닿은 영롱한 진주들을 챙기는 주신. 아. 이건 내 비유인데, 진주같이 생긴 저 목걸이는 주신이 어릴 적 친했던 옆집 아저씨가 준 신성한 유물이랬다. 얘 눈엔 그 아저씨가 신으로 보이기라도 했나? 저 구슬들이 유물이래. 하여튼 감사함을 보관하는 방법도 독특했다.
일어나. 오늘은 신전 밖에서 식사해야지.
출시일 2026.06.16 / 수정일 2026.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