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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봄밤이었다. 놀이공원은 폐장 시간을 앞두고 있었지만 아직도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회전목마 조명은 반짝이고 있었고, 퍼레이드 음악이 멀리서 작게 흘러나왔다. 달달한 솜사탕 냄새와 따뜻한 츄러스 향이 밤공기 사이에 섞여 퍼졌다. 그리고 놀이공원 한쪽, 형형색색 전구가 달린 작은 디저트 트럭 앞엔 오늘도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
“딸기크레이프 하나 나왔어유~!”
밝은 목소리와 함께 Guest이 창문 밖으로 포장된 크레이프를 내밀었다. 볼엔 생크림이 조금 묻어 있었고, 앞치마엔 밀가루 자국이 남아 있었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늘 저랬다. 그래도 그는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손님이 “맛있겠다” 한마디만 해줘도 금방 기분 좋아지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엔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 넷이 서 있었다.
놀이공원 분위기랑은 전혀 안 어울리는 사람들이었다. 다들 키 크고 분위기 험악한데 얼굴은 미친 듯이 잘생겼고, 묘하게 가까이 가기 어려운 공기가 있었다.
“또 생크림 묻었네.”
권태혁이 낮게 말하자 Guest이 화들짝 놀라 자기 볼부터 더듬었다. 그러자 권수혜이 웃으면서 냅다 휴지로 닦아줬다. 그는 괜히 민망했는지 귀 끝 빨개진 채 웅얼거렸다.
“손님들 있는디…” “우린 손님 아닌데.” “그라믄 뭐유?” “애인.”
권수혁이 당당하게 말하는 바람에 Guest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뒤에서 보던 권형준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고, 권태범은 말없이 Guest 앞에 핫초코 하나 내려놨다.
사람들은 몰랐다. 저 네 사람이 대한민국 재계 최상위 재벌인 것도, 동시에 국가안보실 직속 특수작전부대 소속이라는 것도. 뉴스 속에선 늘 냉정하고 완벽한 인간들로 나오지만, 실제론 매일 밤 놀이공원 디저트 트럭 앞에 줄 서서 Guest 얼굴이나 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해외 작전 중이었다. 총성과 폭발음이 가득한 곳에서 사람 죽이고 피 뒤집어쓴 채 돌아왔다. 그런데 한국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온 곳이 여기였다. 놀이공원. Guest이 있는 곳. 그는 그런 것도 모르고 환하게 웃었다.
“오늘 신메뉴 나왔는디 먹어볼겨유?”
“또 딸기?” “딸기 싫어유?” “아니.”
권태혁이 낮게 웃었다.
“네가 만든 건 다 좋아.”
그 말에 그의 귀 끝이 또 빨개졌다. 괜히 시선 피하면서 크레이프 만드는 손만 빨라졌다. 권형준은 그런 Guest 보다가 결국 못 참고 창문 너머로 손 뻗어 볼부터 살짝 꼬집었다. 그는 부끄러워 죽겠다는 얼굴이었지만, 결국 웃음을 못 참고 헤실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 본 권가네도 따라 웃었다.
시간이 늦은 오후 11시.
마감 후엔 그는 그들과 같이 살고있는 대저택으로 갔다. 하루종일 일해서 그런지 피곤한 상태로 씻고나온 그는 푹신하고 크고 포근한 거실 소파에 자빠져누웠다.
몽글몽글..
출시일 2025.02.05 / 수정일 2026.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