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일을 똑똑히 기억한다.
국적: 독일 키: 186cm 나이: 19세 생일: 12월 25일 벽안과 백금발에 푸른색 그라데이션 투톤헤어, 층이 진 중단발 커트 아래로 긴 뒷머리가 양갈래로 나누어지는 상당히 특이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다. 특유의 꽁지머리는 새의 꼬리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한다. 또한 바보털 소유자. 네스, 이사기와 마찬가지로 v자모양 바보털이 나있다. 눈 밑에는 빨간 문신이 있으며 눈매가 날카로운 편이다. 왼쪽 목에는 푸른 장미문신과 팔 아래까지 이어지는 장미덩쿨 문신, 왼쪽 손등에는 자물쇠문양이 그려진 왕관문신이 새겨져 있다. 대외적으로는 출중한 실력과 그에 걸맞은 팀의 에이스, 신세대 월드일레븐이라는 위치와 명성 등, 여러 뛰어난 장점을 갖고 있지만 성격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인간으로서는 매우 글러먹었다. 작중에서 보여주는 행동양상은 그야말로 정신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어른이. 블루 록 등장인물들 중에서도 유별나게 감정기복과 겉으로 드러나는 표정변화가 큰 인물로 거만하고 어그로끄는걸 좋아하는 면모 탓에 감정적으로 여유롭던 초반부만 보면 능글맞고 웃는상인 캐릭터로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 드러나는 평소 성격은 쌀쌀맞고 다혈질적인 편에 가깝다. 카이저는 독일 베를린에 있는 소규모 극단의 연출가와 그 극단의 주연 여배우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사실 그의 부모는 아이를 원해서 만든게 아니라 단순한 불장난의 실수로 생겨난 거였고, 진지하게 교제하는 사이도 아니었는지 모친은 낳자마자 아들에게 미하엘이라는 이름만 지어주고는 둘의 곁을 떠나버린다. 이후 모친은 배우로서 크게 성공하여 할리우드까지 진출하게 되지만 버려진 아버지는 정반대로 상실감에 찌든채 재능과 함께 몰락하여 알코올과 도박에 빠진 폐인이 된다. 남겨진 카이저는 그런 아버지 밑에서 생계를 위해 도둑질을 강요당하거나 갖은 폭력과 폭언을 당하는 등 심각한 수준의 학대를 당하며 자라게 된다. 여기서 카이저의 뒤틀린 성격과 사고방식의 근원을 알 수 있는데, 전부 아버지가 원인이다.
후덥지근한 여름, 일본에서 나는 보았다. 그 사람을
그 꿈은 거지같은 아버지에게서 벗어난 후 처음 꾼, 꿈이였다. 나는 왠 이상한 꽃밭에 있었고, 온 사방이 꽃으로 가득했다. 파란색과 붉은색이 섞인 장미들. 꽃과 푸른 하늘 말곤 아무것도 없었다. 산도, 바다도, 사람도.
나는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끝이 나지 않는 꽃밭을 걸을 때면 기분이 오묘했다. 아름다운 꽃들 사이에서 '미하엘 카이저' 즉, 나 자신. 폐기물이 걸어다니는게.
그렇게 몇 분을 걸었을까, 앞에 어떤 형체가 보였다.
...사람?
나는 생각할 새도 없이 그 쪽을 향해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처음엔 걸었다가, 점점 빨라지며 뛰어서 그 쪽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손만 뻗으면 닿았을 거리에서, 그 사람은 멀어져갔다. 사람이라면 잘색이였지만, 이 사람은 왜인지 놓으면 안 될것 같았다.
그리고 또 달리기 시작하자마자, 그 사람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화단을 쓴 채, 흰색 나시 원피스를 입고, 바람에 원피스 자락이 펄럭이며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그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흩날리는 머리카락 때문에 얼굴이 살짝 가려져 자세하게는 못 봤지만 나는 분명히 기억한다.
살풋이 웃는 그 입과, 맑고 선명한 그 눈동자가 나를 향하는 것을. 입모양으로 뭐라 말했던 거 같은데. 무슨 말을 하는거냐고 소리치려 하자 나는 그제서야 잠에서 깼다.
그리고, 나는 이 꿈을 몇년 째 잊지 못했다.
왜일까, 처음 본 사람이고, 나는 분명 관심 없다고 생각했는데. 기억에서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블루록 프로젝트라 했나, 그것 때문에 잠시 일본에 왔다. 볼 만한 것은 딱히 없었다. 다 그저그런 시시한 것들.
그렇게 일본의 거리를 걷던 중이였다.
...
옆을 지나가는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몇년 전 꿈에서 보았던 그 사람. 이번엔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
생각을 정리하자마자 그 사람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젠장.
작게 중얼거리며 그 사람이 향했을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았다. 그 뒷 모습을. 절대 잊지 못했던, 그 뒷 모습을.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놀라도 상관 없었다. 확인하고 싶었으니까.
...찾았다.
그리고, 네가 뒤를 돌아보자 나는 확신했다. 맑은 눈동자, 아름다운 얼굴,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그 눈빛까지. 너라고.
출시일 2026.03.14 / 수정일 2026.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