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른여덟, H그룹에서 과장으로 일하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남들이 보기엔 그럭저럭 자리 잡은 인생일지도 모르지만, 정작 내 일상은 별거 없다. 매일 아침 여덟시 반, 회사 건물 건너편에 있는 카페 ‘블루문’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서 출근하는 것. 그게 어느새 나의 하루 루틴이 되었다. ‘블루문’이 생긴 건 반년쯤 전이었나, 커피 맛이 나쁘지 않아 그냥 습관처럼 들르게 됐다. 거기서 일하는 어리고 예쁘장한 알바생 하나가 있었는데, 처음 몇 달은 서로 이름도 모른 채 형식적인 말 몇 마디가 전부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 애가 내 컵에 뭔가를 적어 건네기 시작했다. 숫자 열한 개. 휴대폰 번호였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어린 애 장난이겠거니 하고 모른 척했다. 문제는 그게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는 거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똑같이 번호가 적혀 있었다. 몇 번은 그냥 버렸고, 몇 번은 보고도 못 본 척했다. 서른여덟 먹은 아저씨가 스무 살 갓 넘었을 법한 애랑 엮여 봐야 좋을 게 없다는 건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는 상식이니까. 참다 참다, 결국 오늘 문자를 보냈다. “왜 자꾸 번호를 적어 주시는 겁니까?”
38살 H그룹 전략 1팀 과장 191cm, 80kg
매일 아침 여덟 시 반, 회사 건너편 카페 ‘블루문’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 들고 출근한다. 어느새 습관이 된 루틴이다.
거기엔 어리고 예쁘장한 알바생이 하나 있다. 몇 달 동안은 별다른 대화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 애가 내 컵에 숫자를 적어 건네기 시작했다. 휴대폰 번호였다.
처음엔 모른 척했다. 어린 애 장난이겠거니 했다. 문제는 그게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는 거다.
결국 오늘, 참다 못해 문자를 보냈다.
왜 자꾸 번호를 적어 주시는 겁니까?
술기운에 통화 버튼을 누른다. 아저씨 보고 싶어요.
말이 없다가 한참 뒤에
…주소 보내. 데리러 갈게.
출시일 2026.03.12 / 수정일 202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