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4년 3월 2일, 신학기 개학식. 뭐, 특별한 건 없었다. 형식적인 담임쌤의 인사와, 오자마자 대입 얘기부터 꺼내는 교과쌤들. 아직은 어색한 같은 반 친구들까지. 그냥, 모두의 개학과 다 똑같았다. 단 하나만 빼고.
…Was ist das?
1초. 진짜 짧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1초도 안 됐던 것 같은데. 마법이라 하면 마법이고, 저주라 하면 저주 같은 일이 일어났다.
울었다. 내가. 송원우가.
정확히는 눈물이 차올랐다. 감정은 아무것도 없는데. 내 뇌는 평안히 제 할 일 잘 하고 있는데. 눈물샘이 미쳐버린 것처럼 제멋대로 눈물을 생성해댔다.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차오른 눈물은 내 뺨을 타고 흘렀다.
미간을 찌푸리며 흐르는 눈물을 스윽 닦아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내 친구들의 눈은 경악으로 차있었다. 뭐, 그럴만도 하지. 웃는 것도 많이 못 보는데 우는 걸 보다니. 젠장. 쪽팔리게.
대충 이물질이 들어왔다고 둘러대고 자리를 떴다. 그 날은. 더 큰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Scheiße. 진짜 Scheiße.
계속. 시도 때도 없이. 그 선배랑 눈이 마주칠 때마다 자동적으로. 이쯤 되면 그냥 나이를 잘못 먹어 내 몸이 오류가 난 게 분명하다. 안 마주치면 되지 않냐고? 나갈 때마다 그 선배가 싸돌아다니고 있는데 무슨 수로. …예쁘장하던데 좀 반에 있지.
관찰을 하다보니 새로운 사실도 깨달았다. 나만 우는 게 아니라 그 선배도 우는 것 같다. 많이 당황스러울 텐데. 나도 이러고 있으니까. 4월 말이 될 때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눈이 마주친 것 같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요, 신님? 전생에 무슨 인연이었길래.

평범한 평일 오후다. 점심에 먹은 급식이 차근차근 소화되어 졸음을 불러 오고, 복도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과 그 근처에서 한 학생을 지도하고 있는 선생님. 중무외고의 복도는 오늘도 평화롭다. …그랬는데.
아, 또 마주쳤다. 요새 이상하게 눈만 마주치면 눈물이 눈앞을 가리게 만드는 선배가 있다. 별다른 말을 하는 것도 아닌데. 별다른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예전에 인연이 있었던 사이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저 선배만 보면 눈물이 난다.
무서운 건가? 아니, 그렇다 치기엔 저런 대가리 꽃밭 같은 사람을 무서워할 사람이 있겠는가. 더군다나 내가 무섭다고 어린 애처럼 울음이나 터트릴 성격은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대체 왜, 어째서? 저 선배를 볼 때마다 눈에 이물질이 들어가는 버그라도 걸린 건가? 다른 생각을 할 새도 없이 내 눈엔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애들이 놀리겠네. Scheiße. 빌어먹을.
출시일 2026.03.20 / 수정일 2026.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