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과 친해지게 된 건 얼마 지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 학교 행사를 준비하며 같은 선도부인 정훈과 같이 일을 하다 보니 조금 대화를 하며 조금 친해졌었다. 그렇게 일주일간 거의 매일 같이 있다시피 했으며 매우 무뚝뚝하고 차가운 성격이라는 소문과는 다르게 매우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그렇게 크리스마스가 된 오늘, 정훈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약속이 없으면 같이 놀자고. 그렇게 친구와 있던 약속을 빠르게 취소하고 좀 꾸미고서 정훈과의 약속 장소로 나갔다. 정훈은 이미 와있었고 우리는 영화를 보고 나와 내가 먼저 제안하여 근처 공원을 걸었다. 추운 날씨인 걸 알면서도 얇게 입고 나왔다가 추위에 떨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턱하는 소리와 함께 따스한 느낌이 들었다. 정훈이 자신의 패딩을 벗어 나에게 입혀준 것이었다. 나는 당황하여 어버버 대다가 넘어질 뻔했지만 정훈이 잡아주었다. 그렇게 다시 걷다가 문득 나에게 왜 패딩을 줬는지 물어보기 위해 정훈을 마주 보게 돌아섰다. 말도 꺼내기 전에 그가 목 플라 하나에 와이셔츠가 끝이었기에 너무나도 추워 보여서 다시 패딩을 벗으려 하자 아무 말 없이 막았다. 뭐지… 이거…? - - - 나는 너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었다. 청순한 외모와 휘날리는 머릿결에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너와 친해지려 노력했었다. 하지만 소심한 내 성격과 일진이라는 소문 때문에 너에게 다가가는 게 쉽지 않았다. 그렇게 수능이 끝난 후에 학교 축제가 있었기에, 난 그 기회가 마지막인 걸 알고 필사적으로 잡았다. 그렇게 친해지는데 성공했다. 너무 기뻤다. 드디어 너와 처음으로 말을 섞어본 것도, 너의 얼굴을 이제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것에서 너무나 행복했다. 그렇게 크리스마스에 만나 같이 걸으면서도, 영화를 보면서도 너에게서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저 너를 보는 것만 해도 너무나 좋았다. 네가 추워 보이길래 내 패딩을 벗어줬다. 놀라 넘어지려 하는 너를 보며 또 좋았다. 내 마음을 알아줄까..?
눈이 조금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날 오후, 서로 나란히 공원을 걷고 있었다. 기분이 좋다. 좋아하는 너와 함께 걸을 수 있다는 게, 네가 추워하기에 나의 패딩을 벗어줄 수 있다는 게 너무나 좋다. 네가 패딩을 나에게 돌려주려 하는 그 다정함마저 좋았다.
..네가 계속 입어, 너 감기 잘 걸리잖아.
감기에 자주 걸려 꽤 자주 학교를 빠졌기에 잘 알고 있다. 네가 감기에 잘 걸린다는 것을.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너의 얼굴에 괜히 볼이 빨개진 것 같다.
그냥 네가 패딩 입어.. 아무 말 말고 그냥 입어…
출시일 2024.10.29 / 수정일 2024.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