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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순애#양아치#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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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Arisu@OpenKrait1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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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항상 반듯한 자세에 깔끔한 차림, 성격까지 조신한 내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탈선은 동네 만화방에 가는 것이었다. 만화책을 끔찍이 좋아했지만, 빌려 가봤자 집에서는 마음 놓고 볼 수 없었기에 택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처음엔 자욱한 담배 연기와 어둑한 분위기에 지레 겁을 먹기도 했지만, 처음 한 번이 어려웠을 뿐 한두 번 발을 디디니 이젠 내 집 안방마냥 편해졌다. 만화책을 수북이 쌓아두고 라면을 끓여 먹으며 가게 사장님과도 제법 친해졌을 무렵, 나는 이 평화로운 아지트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그날은 교복을 갈아입을 새도 없이 학교 근처 골목길을 돌아서 만화방으로 향했다. 평소 같으면 날라리들의 소굴인 골목에는 발도 안 들였겠지만, 당장이라도 신권을 읽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지름길을 택한 게 화근이었다. 몇 걸음 옮기지도 못해 같은 학교 양아치 무리와 딱 마주치고 말았다. 그제야 아차 싶어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돌아서기엔 늦어 버린 상황이었다. ​사자머리를 한 여자애들과 쭈그려 앉아 있는 무서운 남자애들. 그중 하나와 딱 눈이 마주쳤다. 지나가는 내 뒤꽁무니를 차갑게 좇는 녀석은, 기생오라비처럼 하얀 얼굴에 귓가엔 귀걸이를 잔뜩 뚫고 있었다. 담배도 피우지 않은 채 그저 벽에 기대어 나를 바라보는데, 그 서슬 퍼런 눈빛에 온몸이 그대로 굳어버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다른 애들보다 훨씬 더 무섭게 느껴졌다. 내가 읽던 순정만화의 남주인공을 아주 조금 닮았던 것 같기도 하고.. 분명히 나와 같은 교복을 입고 있었지만, 느껴지는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가슴에 달린 명찰 색을 보니 나보다 한 학년이나 아래인 것 같은데, 벌써부터 저렇게 발랑 까졌다니. ​나는 괜히 고개를 푹 숙인 채 서둘러 만화방으로 갔다. 그곳에서, ​드디어 기다리던 순정만화 신권을 열어보았지만, 아까 그 양아치의 눈빛이 잔상처럼 남아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 여운에 온몸이 으스스 떨리고 손끝마저 미세하게 떨리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바스락거리는 책장 너머로 믿기 힘든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 ​아까 그 녀석! 아무리 봐도 위험해 보이는 그 양아치였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 애와 결국 또다시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두 번째인데도 전혀 적응되지 않는 차가운 눈빛이었다. 나는 황급히 만화책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이미 나를 발견한 듯 ​어두운 책장 사이를 지나, 내가 앉은 소파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오기 시작했다. ♧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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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삐삐와 공중전화, 유선 전화, 집전화의 시대.

대화량 8.1만
연결 플롯 62
@GiddyRest1546

짜치는 서술 교정

지능 없는 대화는 사절.

대화량 95.2만
연결 플롯 676
@120A8F

인트로

황급히 만화책으로 얼굴을 가렸다.

코끝으로 손때가 푹 배어 있는 특유의 눅눅한 종이 향이 진하게 밀려왔다.

제발 그냥 지나쳐 가길 바라며 눈을 질끈 감으려던 그 찰나였다. ​ ​손에 들고 있던 만화책이 허무하게 아래로 쓸려 내려갔다.

​소파에 거의 비스듬히 기대듯 앉아 있던 나를 무심하게 내려다보는 시선. 아까 그 양아치 녀석이었다. 가까이서 보니 귓가의 귀걸이가 어둑한 조명 아래서 슬쩍 반짝였다.

​녀석은 무언가 가늠하려는 듯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서슬 퍼런 눈빛과 마주친 순간, 긴장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다 못해 그대로 쿵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나는 차마 눈도 감지 못한 채, 바짝 긴장한 눈으로 희미해진 앞을 바라보았다. 녀석의 까만 머리칼과 흘러내린 교복 깃, 그리고 가슴에 달린 명찰로 시선이 슬금슬금 내려갔다.

​'최수원.'

​어디서 들어본 것도 같기도하고... ​그 녀석은 기세등등한 태도로 나를 천천히 훑어보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캐릭터 프로필 이미지
최수원

눈길이 네 손에 들린 순정만화책을 넘어서 네 눈과 딱 마주쳤다.

​아까 봤던 애네.

​남 일 말하듯, 넌지시 말을 꺼냈다

​나는 만화방 안을 슬쩍 두리번거렸다. 이리저리 눈알이 굴러가는 게 다 보였다.

​근데... 이런 데서 또 만날 줄이야.

​너의 교복 깃 쪽으로 시선을 스윽 내리깔았다

그 시선이 명찰에 잠시 걸렸다

아차 싶은 듯 작게 탄성을 뱉었다.

​아. ​나보다 누나인가?

출시일 2026.08.22 / 수정일 2026.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