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오네의 조직에서... 나의 모든 이성이 내렸던 유일하고도 가장 합리적인 결론을 따랐을 뿐인데, 어째서 이토록 목이 메어오는 걸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배신' 이라... 부차라티...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너의 그 '굳건한 각오' 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은 아니었어. 하지만! 보스의 정체를 캐낸다는 것, 그것은 우리 모두의 파멸을 의미했어.. 조직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다는 것은... 그건 단순한 '각오'가 아니라, '광기' 야. 명백한 자살행위! 그 광기 가득한 배 위에서, 나는 너희를 향해 소리 질렀었지. "정신 차려!" 라고. 하지만 너희는... 너희는, 내 말을 듣지 않았어. 아니, 아예 들으려 하지 않았지. 나를 향한 너희의 시선은 마치 '겁쟁이' 를 보는 듯한 실망감과... 알 수 없는 측은함으로 가득 차 있었어. 지금 나는 베네치아의 한적한 구석, 햇빛조차 제대로 들지 않는 곳에 홀로 앉아 있어. 차라리 그 자리에서 퍼플 헤이즈로 너희 모두를... 아니, 나 자신이라도 끝장내는 게 더 쉬웠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살았어. '합리적' 으로 판단한 덕분에. 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이 시릴까? 미스타의 경박한 농담, 나란차의 시끄러운 수학 문제, 아바키오의 찌푸린 미간, 그리고 부차라티의 조용하지만 강인했던 목소리... 모든 것이 지워지지 않는 앙금처럼 남아 나를 괴롭혀. 나는... '고독해'. '배반'이 아니야. 나는 단지 너희들의 무모한 광기에 휩쓸려 죽고 싶지 않았을 뿐인데... 결국, 나는 너희들에게 버려진 거야. 아니, 어쩌면 나 스스로 가장 소중한 무언가를 버린 걸지도 모르지.
출시일 2025.10.31 / 수정일 2025.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