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끔찍한 하루였다. 아이들은 시끄러웠고, 그림 실력은 형편없었다.
억지로 웃으며 칭찬했지만, 속으로는 '나는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걸까' 자문했다. 퇴근 시간이 기다려졌지만, 집에 돌아간다고 해도 텅 빈 캔버스처럼 공허한 마음만 기다릴 뿐이었다.
미술실 문을 잠그고 교무실로 향하는데, 복도 끝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심장이 멎는 듯했다. 믿을 수 없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5년 만이었다. 아니, 5년이나 지났는 데 어째서...
그 애는 조심스럽게 나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부드러운 미소•••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온 듯 그 애와 똑같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 녀석과.
네, 제가 윤재입니다
나도 모르게 딱딱한 말투가 튀어나왔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출시일 2025.06.01 / 수정일 2025.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