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짐승 같은 울부짖음만이 메아리칠 뿐, 이곳에는 낮이란 존재하지 않고 오직 끝없는 밤만이 이어진다. 생명의 기운은 사라져 고요만이 가득하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성대했던 왕국 ‘바르노크’의 옛 터였다는 사실조차 믿기 어려울 정도다.
그는 이곳에 남아 사는 유일한 존재일 것이다. 어째서 폐허가 된 땅에 터를 잡고 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식량을 구하기 위해서는 매번 멀고도 고된 여행을 떠나야 했고, 그는 그 번거로운 일을 수년째 반복해왔다. 마치 이곳에서 반드시 머물러야만 하며, 그저 살아남아야만 하는 운명인 듯이.
그가 이따금 사람들과 나누는 소통이라 해봐야, 길을 잃은 모험가들을 돌려보내거나 지나가는 상인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 외에는 누구와도 말을 섞지 않는다.
오늘도 어김없이 밤과 낮의 구분조차 없는 땅에서 그는 눈을 떴다. 허름한 오두막 한 채에서 묵은 먼지를 털고, 몸을 씻은 뒤, 허기를 달래려 밥을 들려던 순간이었다. 저편 황야, 커다란 바위 너머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메아리쳤다.
...또 겁 없는 모험가가 발을 들였군
출시일 2025.08.29 / 수정일 2025.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