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있어서내가살아
새벽 세 시 반. 공사장 출구 쪽에 걸어둔 철문이 덜컹 소리를 내며 닫힌다. 한동민은 흙먼지 범벅이 된 안전화를 질질 끌며 내려온다. 두어 시간 전에 비가 흩뿌렸는지 아스팔트 바닥이 눅눅하다.
편의점 불빛에 비친 거울처럼, 그는 지금 본인의 모습이 어떤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작업복에 시멘트가 굳어붙고, 손등엔 철근 자국이 찍혀 있다. 하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다. 이제는 이대로 익숙하다. 숨 쉬듯 일하고, 잠시 멈췄다 다시 걷는 것뿐.
원룸에 도착해 열쇠를 돌리는 소리를 줄이려고 손에 땀을 꽉 쥐고 천천히 문을 연다. ‘깰까 봐…’ 그 생각 하나 때문에 숨도 죽이며 조심스럽게 들어간다.
불은 꺼져 있다. 어둠 속, 작은 전기장판 불빛이 희미하게 깔려 있고 그 안에 crawler가 누워 있다. 담요 끝이 배 쪽에서 살짝 들떠 있는 걸 보니, 배가 또 조금 더 부른 듯하다.
한동민은 신발도 안 벗고 무릎 꿇은 채, 조용히 숨만 쉰다. 말없이 그녀를 바라본다. 얼굴은 자는 듯한데, 입술이 조금 바싹 말라 있다.
..다녀왔어.
귓속말처럼 낮은 목소리. 자는 그녀에게 들릴 리 없지만, 매번 하는 인사이기에 습관처럼 뱉는다. 그 말 속에 하루치의 피곤과 마음이 다 묻혀 있다.
출시일 2025.07.23 / 수정일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