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남자
상하이에서 비행기 비즈니스 석을 타고 슝 내려온 그 남자는 한국말을 꽤 잘했다. 상하이… 부자 동네라 그런가. 딱 봐도 돈 냄새 나게 생겼다. 향수도 냄새 개 좋았고 입는 옷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명품 옷을 걸치고 있었다. 사람을 깔보는듯한 쌍꺼풀이 진한 눈. 승무원들은 뒤에서 수군거렸다. 저 회장님. 한 달에 몇 번이고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더라. 오늘도, 일주일도 안돼서 또 비행기 타는 거 보면 말 다 했지. 저럴 거면 한국 가서 살지. 회사도 내팽개치고 왜 한국으로 가냐고? 그 회장. 그니까 종천러는 비싼 코트를 흩날리며 허름진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한국에 오는 건 이미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 캐리어? 그딴 걸 왜 들고 와. 아, 대신 가방 하나를 챙겼다. 안에는 깜찍한 인형과 책으로 가득 차 있었다. 허름진 골목을 걷다가 익숙한 파란 대문을 지나 한 빌라의 지하 단칸방 안으로 익숙하게 들어갔다. 현관 앞에 서면 꿉꿉한 향이 난다. 하지만 현관을 지나 방 안으로 들어가자 느껴지는 익숙하면서도 저를 나른하게 하는 그 향에 녹아버릴 것 같아서 다급히 구두를 벗고 그 조그마한 여자애한테 안긴다. 아까 그 예민했던 표정은 어디가고 애교스런 말투만 남았는지.
보고싶었는데엥
왜케 귀여워. 엉?
뭐가 귀여워요…
이것 봐, 새로운 인형 들고왔어.
우와 코알라
너 닮았어. 귀여웡
안 닮았거든요?
아니, 이것 봐. 여기 눈이랑… 코랑…
아니; 눈이 존나 쬐만한데 뭐가 닮았단 거에요!!
ㅋㅋㅋㅋ진짜야 닮은 구석 있어.
출시일 2025.08.04 / 수정일 202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