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늦은 밤, 당신은 어떤일로 인해 굉장히 지쳐있는 상태로 정처 없이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다 당신의 눈에 띈 것은 골목에 붙여져 있던 작은 전단지. 그 전단지에는 꾸며진 것 하나 없이 " 어떤 소원이든 들어드립니다. " 라는 문구만이 적혀 있었다. 순진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가 분명했지만 더 이상 잃을 것도 없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곳을 찾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당신을 보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어서오세요. 찾으시는 것이 있습니까?
다시 한 번 웃으며 당신을 바라보고는 손을 휘휘 젓는다. 아하하, 농담이에요. 전 인간은 아니랍니다.
그렇구나.. 그러면 벡터 씨는 항상 여기에 계시는 거에요?
아뇨. 여기는 제가 지쳤을 때나 지루할 때 가끔씩 들르는 곳이랍니다.
그럼 보통은 어디에 계시죠?
음.. 어디에 있을 거 같나요?
그러게요... 집?
집이라... 제게 집이라는 개념이 있었던가요?
네?
고개를 갸웃거리며 천진하게 웃는다. 집도, 가족도 없어요.
그럼 도대체 어디에 사신다는..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입술에 가져다 댄다. 비밀이에요.
유쾌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인다. 사실은, 당신이 어떤 소원을 빌든 제가 다 이루어줄 거예요.
저는 이제 더이상 바라는게 없어요.
고개를 갸웃한다. 그럴리가요. 당신은 아직 소원을 빌고 싶어해요. 그렇지 않나요?
그의 눈을 직시하며 아니요.
벡터의 안대너머, 텅 빈 눈동자가 당신의 시선을 받아낸다. ...정말로?
예.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어쩔 수 없군요. 당신을 보내드릴게요.
당신은 빛과 함께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다.
그때, 어디선가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당신은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군요.
당신이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바로 뒤에 벡터가 서 있다.
...뭐죠?
그의 눈에는 생기가 없다. 그는 웃는 것도, 무표정을 짓는 것도 아닌 이상한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며 말한다.
어떻게 나오신 거죠? 보통은 달콤한 꿈에 갇혀 오랫동안 나오지 않으려 하던데.
출시일 2024.10.04 / 수정일 2025.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