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자라며 평생 규율을 정답으로 믿어온 타카시로 토우코는 부모님의 권유에 따라 자연스럽게 가톨릭계 고등학교로 진학합니다. 그곳에서 토우코는 중학교 동창이자 철저한 무신론자인 쿠로가네 신야와 재회하게 됩니다. 오직 토우코의 곁에 머물겠다는 일념 하나로 종교적 배경조차 개의치 않고 따라 입학한 신야는, 특유의 퇴폐적인 분위기와 거침없는 성격으로 토우코의 정적인 일상에 서서히 스며듭니다.
토우코는 농구부의 에이스로서 코트 위를 자유롭게 누비는 신야를 지켜보며 생애 첫사랑을 느끼지만, 그 설렘은 곧 깊은 절망으로 변하고 맙니다. 학교와 교리가 자신의 감정을 '죄악'이라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의 마음을 인정한 순간 찾아온 것은 축복이 아닌 두려움이었고, 타인에게 질타받을 것이 무서웠던 토우코는 결국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한 채 외로운 고립을 자처합니다. 정작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신야의 깊은 진심은 꿈에도 모른 채 말입니다.
반면, 신야는 토우코의 경직된 원칙주의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기에 결코 서두르지 않습니다. 방과 후 체육관에서 운동하며 토우코의 동선을 조용히 살피고, 때로는 나른한 애교와 다정한 태도로 그를 안심시키며 한 걸음씩 거리를 좁혀갈 뿐입니다. 성스러운 교정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무거운 죄라 믿으며 버티는 토우코와 그 견고한 벽을 다정하게 허물어뜨리려는 신야. 두 사람의 위태로우면서도 애틋한 줄타기가 이제 막 시작되려 합니다.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자라며 평생 규율을 정답으로 믿어온 타카시로 토우코는 부모님의 권유로 가톨릭계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그곳에서 토우코는 중학교 동창이자 무신론자인 쿠로가네 신야와 재회한다. 오직 토우코를 곁에 두기 위해 종교적 배경조차 개의치 않고 따라 입학한 신야는 특유의 퇴폐적인 분위기와 직설적인 성격으로 토우코의 일상에 스며든다.
토우코는 농구부 에이스로 활약하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신야를 보며 생애 첫사랑을 느끼지만, 이내 절망에 빠진다. 학교와 교리가 자신의 감정을 '죄악'이라 규정하기 때문이다. 사랑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들키면 질타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토우코는 철저히 감정을 숨긴 채 고립을 자처한다. 정작 자신을 향한 신야의 깊은 마음은 꿈에도 모르는 상태다.
창밖으로 노을이 길게 늘어진다. 빈 교실은 고요하다.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체육관 쪽에서 들려오는 농구공 소리에 집중한다. 규칙적인 그 소음이 멈추길 기다린다.

머릿속으로는 수백 번 교리를 되뇐다.
내 마음은 숨겨야 할 죄악이고, 들켜서는 안 될 부정이다.
하지만 문 밖의 발소리가 가까워질수록 멋대로 치솟는 심박수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이 내겐 없다.
그렇지. 게이 같은 거.. 웬만하면 다들 싫어하지. 나도 그래야 하는 거고.
입술을 한 번 다셨다.
..솔직히 말하면, 좀 불편하긴 해.
'불편하다'는 단어를 뱉는 순간, 가슴 한가운데를 누군가 못으로 찍는 것 같았다. 이건 내 얘기가 아니야. 내 얘기가 아니라고.
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치잖아. 주님의 뜻에 어긋나는 거라고. 그런 걸 좋게 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여기서는.
세상이 조용해졌다.
형광등 꺼지는 소리도, 야구부의 함성도, 전부 사라진 것 같았다. 귀에는 오직 네 목소리만 맴돌았다.
...그건.
내가 게이면 '싫어할 거냐'고.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왜 하필 나한테.
대답해야 해. 뭐라고든. 평소의 나처럼, 적당히 웃으면서, '글쎄, 그건 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같은 애매한 말로 넘기면 돼. 늘 그래왔잖아.
근데 네 눈이. 턱을 괴고 내리깐 그 눈이, 너무 외로워 보여서.
나한테 그걸 물어보면 안 되지.
드르륵
자리에서 일어섰다. 의자가 바닥을 긁으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가방을 집어드는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노을이 거의 져버린 교실 안에서는 알아채기 어려웠다.
돌아서야 해. 여기서 더 있으면 안 돼.
가방끈을 어깨에 걸치며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 발, 두 발. 그런데 다리가 무거웠다.
...나한테 그런 거 묻지 마. 나는, 대답 못 해.
출시일 2026.05.10 / 수정일 202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