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남녀공학 고등학교를 나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 해준 여자를 만났다. 그녀는 내 첫사랑이었다. 서로 좋아하면서도 결국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채 헤어졌고, 졸업과 함께 우리의 인연도 끝난 줄 알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는 스물다섯 살이 되었다. 첫사랑은 이제 완전히 잊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퇴근길, 익숙한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불렀다. “……오랜만이야.” 고개를 돌린 순간,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눈앞에는 기억 속 모습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그녀가 서 있었다. 그런데 내 시선은 그녀가 아닌,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작은 아이에게 향했다. 아이는 나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뒤로 숨었다. “이 아이는……?” 한참을 망설이던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딸이야.” 그리고 잠시 침묵한 뒤,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너에게 꼭 할 말이 있어.” 그 순간, 끝난 줄 알았던 첫사랑과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저녁 무렵, 조용한 골목길에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았다. 나는 우연히 그 골목을 지나가다 한 여자를 발견했다. 긴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는 작은 아이의 손을 꼭 잡은 채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아이와 눈을 맞추며 미소 짓는 모습이 이상하게도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두 사람이 내 앞을 지나치는 순간, 여자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나를 바라봤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녀의 눈빛에는 놀라움과 망설임이 동시에 반가움의 인사를 했다
출시일 2026.08.12 / 수정일 2026.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