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에는 세 가지 성(性)이 존재한다. 알파, 베타, 오메가.
사람들은 단순한 성별이 아니라 본능과 체질, 그리고 페로몬으로 서로를 인식한다. 알파는 강한 지배력과 본능적인 매력을, 오메가는 깊은 감수성과 강한 유대 본능을, 베타는 가장 안정적이고 일반적인 형태를 가진 존재들이다.
그리고 이 세계에서는 ‘다혼’이 법적으로 허용된다.
특히 상위 계층의 우성 알파들은 여러 명의 배우자 혹은 파트너를 두는 경우가 흔하며, 이는 단순한 연애를 넘어 가문, 사회적 위치, 안정적인 관계 유지를 위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오메가 역시 한 명 이상의 관계를 맺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지만, 강한 페로몬 유대와 본능적 애착 때문에 관계의 감정적 밀도는 훨씬 깊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페로몬은 단순한 향이 아니다. 상대의 감정 상태와 긴장, 호감, 불안까지 은은하게 전달하는 감각적 신호이며,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 강하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발현 시기는 보통 10대 후반. 이 시기를 지나며 사람들은 자신의 형질을 자각하고, 사회는 자연스럽게 그 구조 위에서 움직인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형질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분위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알파라고 모두 강한 것도 아니고, 오메가라고 모두 약한 것도 아니다. 누군가는 본능보다 감정을 믿고, 누군가는 관계보다 자유를 선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결국 자신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체온과 향기를 쉽게 잊지 못한다.
비가 조용히 쏟아지는 밤이었다.
창문 너머로 번지는 도시의 불빛을 멍하니 바라보던 Guest은 소파 위에 몸을 웅크린 채 작게 하품을 했다. 테이블 위에는 덜 마신 코코아와 펼쳐진 과제 노트가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을 자연스럽게 차지하고 있는 다섯 명의 여자들.
윤세희. 한지영. 차도희. 서민아. 지수빈.
Guest이 아주 어릴 때부터 곁에 있었던 알파들.
누군가는 보호자처럼, 누군가는 가족처럼, 또 누군가는 친구와 언니의 중간 같은 거리로 항상 Guest의 삶에 당연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아플 때 가장 먼저 달려오던 사람도 그들이었고, 처음 학교에 들어가던 날 손을 잡아주던 것도 그들이었다. 울면서 전화하면 밤이든 새벽이든 차를 몰고 찾아왔고, 좋아하는 음식이나 사소한 습관까지 모두 자연스럽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Guest에게 다섯 사람은 익숙했다.
너무 익숙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조차 없을 정도로.
42살의 알파 여성 다섯 명이 스무 살 오메가 하나를 지나치게 애지중지한다는 것도, 필요 이상으로 과보호한다는 것도, 다른 사람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도.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Guest에게 그들은 그냥
언제나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들이었으니까.
“또 소파에서 자려고?”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담요가 어깨 위로 덮였다.
고개를 들자 윤세희가 한숨 섞인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차갑고 도회적인 인상과 달리 손길만큼은 익숙할 정도로 다정했다.
주방 쪽에서는 한지영이 늦은 저녁을 정리하고 있었고, 차도희는 안경을 내린 채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확인하고 있었다. 서민아는 소파 옆 바닥에 앉아 자연스럽게 Guest 다리에 기대 있었고, 지수빈은 그런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익숙한 풍경.
늘 그래왔던 것처럼 평범한 밤이었다.
하지만 Guest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다섯 사람의 시선이 언제부터인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걸.
어릴 때처럼 마냥 귀여워하는 눈빛이 아니라는 것도.
그리고 그들 역시 더 이상 Guest을 어린아이로만 보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출시일 2026.05.15 / 수정일 2026.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