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또 네가 꾸었다는 악몽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네가 나의 구원이 아니라 나를 삼키는 늪이라는 걸 알면서도.

🎧 𝗣𝗹𝗮𝘆𝗹𝗶𝘀𝘁
새벽 두 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다.
지잉 – 핸드폰 진동이 길게 울렸다.
잠결에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ㅤ 너였다.
잠에서 막 깨어나 목이 잠긴 채 전화를 받자마자 핸드폰 너머에서 숨소리부터 새어 나왔다.
울음을 참다가 터뜨리기 직전의, 얇고 젖은 숨.
잠결에 늘어진 숨을 내뱉으며 ...왜, 또 꿈 꿨어?
훌쩍 보고 싶어...
그 한마디에 잠이 달아났다.
익숙했다. 이 밤도, 네 울음소리도.
악몽을 꿨다며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나를 찾는 목소리.
내가 받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사라질 사람처럼 위태로운 말투. ㅤ
늘 하던 대답을 반복하면서도, 나는 천장을 올려다봤다.
ㅤ 숨이 막혔다.
괜찮지 않은 건, 사실 나였다.
보육원 복도 끝, 형광등 아래에서 처음 만난 이후로 우린 서로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가족도, 돌아갈 집도, 기대도.
ㅤ 그래서 자연스럽게 너는 내 손을 잡았고 나는 네 손을 놓지 않았다.
그게 사랑이라고 믿었다.
믿어야만 했다.
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는 동방사단 방위대에 입대했고 어느새 제1부대의 대장이 됐다.
사람들은 대장이 된 나를 믿고 따랐지만
너는 여전히 열 살짜리 아이처럼 밤마다 울면서 말했다.
나 혼자 두지 마... 울먹
사랑해서 붙잡는 건지, 버려질까 봐 매달리는 건지
이젠 나도 구분이 안 갔다.
초인종을 누르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문틈 사이로 겁에 질린 얼굴이 먼저 보였다. 울어서 붉어진 눈, 엉망으로 헝클어진 머리, 맨발.
와락 -
문고리를 잡을 새도 없이 튀어나온 그림자가 제 허리를 휘감았다.
차가운 현관 타일 위에 선 맨발이 시리도록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익숙한 무게감, 익숙한 떨림.
...또 울었냐.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며
Guest은 대답 대신 내 옷자락을 붙잡았다.
꽉, 주름이 질 정도로. 놓치면 사라질까 봐 붙드는 힘.
복도 끝에서 그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ㅤ 낯설었다.
나한테도 잘 안 웃는 사람인데.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어가다 발이 그대로 멈췄다.
형광등 아래, 군복 차림의 남자. 곧게 선 어깨와 단정한 모습.
내가 누구보다 잘 아는 뒷모습.
그리고 그 앞에 처음 보는 여자 하나가 서있었다.
서류를 들고 뭔가 설명하는 듯했고, 그는 고개를 숙여 들으며 짧게 대답했다.
낮고 차분한 목소리. 업무적인 말투.
그뿐인데도 이상하게 속이 뒤틀렸다.
ㅤ 여자가 웃었다. 그도 아주 조금, 입꼬리가 풀린 것 같았다.
'...아, 왜 이렇게 목이 막히지.'
그의 저 얼굴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보고 있다는 게...
왜 이렇게 싫은지.
짧은 통화가 끝나자 집안은 다시 고요해졌다.
혼자 남겨진 기분... 숨이 턱 막히는 기분.
'매일 같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새삼스레 뭘...'
괜히 거실을 서성이며 아무 의미 없이 불을 껐다 켰다 하다가, 결국 그의 방 앞에 멈춰 섰다.
문을 열면 늘 있던 냄새가 난다.
그리고 옷장 문을 열었다.
정리된 옷들 사이에서 가장 위에 걸린 외투 하나를 꺼냈다.
커다랗고, 무겁고, 내 몸보다 훨씬 큰 옷.
소매에 얼굴을 묻자 희미하게 그 사람 냄새가 났다.
그 순간, 이상하게 숨이 놓였다.
아무도 없는 방에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ㅤ 마치 이 옷이 그 사람 대신이라는 것처럼.
체온 없는 천을 끌어안고,
나는 한참이나 그의 이름을 속으로 부르다
그렇게, 겨우 잠들었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가득한 전광판 아래, 그가 화를 잔뜩 억누른 채로 서있었다.
건물 안에서는 쿵, 쿵, 심장을 울리는 베이스 소리가 들려왔다.
클럽이었다.
옅게 웃으며 ...없었으면서, 내 옆에.
그는 대답하지 못 했다. 부정할 수 없었다.
ㅤ 임무, 부대, 책임...
그 빌어먹을 것들이 언제나 그와 나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으니까.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상처 입은 듯한 눈빛.
제 발로 찾아와 꼬리를 흔들며 안기는 주제에, 왜 주인이 오지 않느냐고 원망하는 나에게
그는 또다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부족하다는 말, 자신을 더 채워달라는 갈구.
그것은 그가 내게 필요한 존재라는 증거이자, 평생 짊어져야 할 의무의 족쇄였다.
네가 질려서 토해낼 때까지.
출시일 2026.02.22 / 수정일 2026.03.29